'강남스타일'로 더 친숙해진 브리짓 존스

강은영 2016. 9. 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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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강남 언급.. "한국 팬들에 대한 감사 표시"
르네 젤위거는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에서 마흔 네 살의 브리짓을 연기한다. UPI코리아 제공

“오빤 강남스타일~”

스크린이 어두워졌다가 이어진 장면은 다소 충격적이다. 이제 마흔 네 살이 된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가 날개 장식을 등에 달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춘다. 그것도 격렬하게. 파티를 즐기는 어른과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목청을 높여 소리도 지른다. “오!오!오!오! 오빤 강남스타일!”

‘브리짓 존스의 일기’ 1,2편과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 ‘오만과 편견’ ‘어바웃 타임’ 등을 기획, 제작하며 로맨틱코미디의 명가로 자리잡은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은 브리짓 존스의 세 번째 이야기인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28일 개봉)에 ‘강남스타일’을 넣어 국내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단순하게 ‘강남스타일’의 노래와 춤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5분 가량 강남을 주인공 브리짓과 마크 다시(콜린 퍼스)의 대사를 통해 소개해 국내 관객들의 눈과 귀를 모은다.

친구 아이의 세례식을 마친 뒤 벌어진 파티에서 대모와 대부로 각각 나선 브리짓과 마크는 ‘강남스타일’로 어색한 대화를 시작한다. 춤을 추다 “이 노래를 아느냐”는 브리짓에게 마크는 “거기 잠깐 갔었소”라며 동문서답을 한다. “어디요?”라는 브리짓. 그는 야속(?)하게도 강남을 모른다. 마크는 너무도 친절하게 “강남은 한강의 남쪽이란 뜻”이라고 말하며 “구석기 시대부터 인간이 거주했던 곳”이라고 상세한 설명까지 덧붙인다.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지만 국내 관객이라면 그저 웃고 넘어갈 수 없다. ‘강남스타일’이 흘러 나와 반가움을 숨길 수 없는 와중에 짧게나마 서울과 강남을 소개해 짜릿함을 안긴다.

‘강남스타일’은 괜히 흘러 나온 장면이 아니다. 위킹타이틀의 수장인 에릭 펠너(56)가 작정하고 국내 관객들의 위해 마련한 선물이다. 그는 “한국은 지난 10년 간 ‘어바웃 타임’ ‘노팅힐’ 등 워킹타이틀이 제작한 영화를 사랑해준 중요한 나라”라며 “우리의 영화를 본 한국 관객수만 1,500만명이 되는 만큼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통해 감사의 인사와 함께 추억을 남겨드리고 싶었다”고 배급사 UPI코리아를 통해 전했다.

브리짓 존스(왼쪽)와 마크 다시는 파티장에서 재회해 하룻밤을 보낸다. UPI코리아 제공

‘어바웃 타임’(2013)은 국내에서 340만 관객을 동원했고, ‘러브 액츄얼리’(2003)는 188만,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2004)은 151만 명을 모았다. 펠너는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워낙 전세계적인 현상이었기에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에 삽입하는 건 자연스러웠다”며 “한국 개봉용이 아닌 세계 개봉판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도 했다. 한국 영화시장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발언으로 읽힌다.

‘강남스타일’만으로 호객하진 않는다. 12년 만에 돌아온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완성도 높은 구성으로 로맨틱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어느덧 방송사 뉴스프로그램의 노련한 PD가 된 브리짓은 43세 생일날 홀로 컵케이크에 촛불을 켜는 싱글이다. 애인을 만들자는 일념으로 찾은 록페스티벌에서 만난 잭 퀀트(패트릭 뎀시)와 웃지 못할 하룻밤을 보내고, 장례식장과 파티에서 연달아 마주친 옛 사랑 마크와도 짜릿한 밤을 본다. 그리고 임신 사실을 안 브리짓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서다. 영화는 브리짓과 아이 아빠 후보인 마크, 잭 간의 삼각관계를 120분 동안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에서 임신한 브리짓 존스(가운데)는 마크 다시(맨 왼쪽), 잭 퀀트와 함께 태교를 다니기도 한다. UPI코리아 제공

영화가 끝나고 나서 느껴지는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만삭의 예비 엄마로 변신한 브리짓을 보며 안타까운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2000년대 브리짓과 쌍벽을 이뤘던 싱글녀 캐리(‘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가 결혼과 동시에 팬들과는 영원한 작별을 고했던 것과 마찬가지 장면이 등장한다. 젤위거와 퍼스의 깊어진 주름을 보는 것보다 그들과의 이별이 더 아프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mailto: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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