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돋보기] VR·스크린X, 영화시장 태풍 될까

김경미 기자 2016. 7. 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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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기술 120년 전에 개발됐지만, 영화 '아바타' 이후에야 주목받아, 적절한 콘텐츠·스토리텔링 없인, 소비자 관심 금세 식어버릴수도
그룹 빅뱅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음악 다큐멘터리 ‘빅뱅 메이드’는 양쪽 벽면을 포함해 3개의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전달하는 CJ CGV의 새로운 영사시스템 ‘스크린X’ 버전으로 사전 기획,제작됐다. /사진제공=CJ CGV
오큘러스 스토리스튜디오가 제작한 VR 단편 애니메이션 ‘디어 안젤리카’의 포스터

#그룹 빅뱅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 다큐멘터리 ‘빅뱅 메이드’는 CJ CGV와 카이스트가 공동개발한 3면 상영기술 ‘스크린X’에서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사전 기획·제작된 작품이다. 제작진은 정면과 양쪽 벽면, 이렇게 총 3개의 스크린에서 구현되는 영상이 더욱 선명하고 사실적으로 보이게끔 하기 위해 삼면 270도 화각을 담을 수 있는 ‘쓰리캠 카메라’와 압도적 해상도를 자랑하는 ‘레드 에픽 드래곤 6K 카메라’ 12대를 투입해 촬영을 마쳤다. 덕분에 관객들은 생생한 공간감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제5회 KOFIC 글로벌 포럼의 화두는 가상현실(VR) 시네마였다. 포럼 발제자로 참여한 오큘러스 스토리스튜디오의 프로듀서 옐레나 래치스키는 자체 제작한 VR 단편 애니메이션 ‘디어 안젤리카’를 “전용 그림 도구를 이용해 가상현실에 페인팅을 하고, 자신이 직접 그린 세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영화 기술이 숨 가쁘게 진화하고 있다. 스크린은 점점 커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3개 면까지 늘어났고 영상·음향의 품질은 이제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영역까지 도달했다. 기술의 발전은 스토리텔링의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VR 시네마의 경우 관객들이 수동적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직접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으로 연출될 전망이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하는 영화의 세계. 바야흐로 새로운 시네마 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속단은 이르다. 물론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는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케 한다. 오큘러스 측에 따르면 VR시네마를 위한 기술은 영화 관객이 가상현실 속에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는 수준을 넘어 가상현실 속 물체를 건드리고 들어 올릴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수요도 생각보다 탄탄하다. 헤드셋으로 VR을 이용하는 사람의 약 80%가 주로 영상물을 즐긴다는 것이 오큘러스 측 분석이다.

하지만 콘텐츠가 따르지 않는다면 신기루일 뿐이다. 기술이 아무리 기발하더라도 그저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신기한 볼거리로 관객의 시선을 잠깐 사로잡을 수는 있겠지만 ‘대체 왜 이 기술을 사용해야만 했는가’라는 당위성을 획득할 만한 적절한 스토리텔링이 없다면 관심은 금세 식어버리기 마련. 실제로 3D(입체 영상 기술)의 경우 최초 개발된 것은 120년도 전인 1890년이었지만 3D 영화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세계적 흥행작 ‘아바타’가 나온 후부터였다.

아직 초기 단계인 VR시네마 역시 관객들이 만족할 만한 장편 영화가 나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X’도 비슷한데 최근 제작된 ‘빅뱅 메이드’와 같은 콘서트 영상물이나 스포츠 중계 등에서는 빛을 발할지 몰라도 깊은 감정적 몰입을 요구하는 종류의 영화 관람에는 ‘지나치게 화면이 화려해져 도리어 산만함을 느낀다’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수동적 영화 감상에 익숙해졌던 관객들이 적극적인 상호작용이나 참여를 요구하는 새로운 시네마의 등장을 마냥 달가워할지도 알 수 없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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