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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중독 김혜수 무명배우 번호까지 저장하는 이유(인터뷰)

뉴스엔 입력 2016.06.3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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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조연경 기자]

한 직종에 오래 몸 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노하우'라는 것이 생긴다.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도 생긴다. 오래 몸 담고 있다는 자체가 이러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완벽한 증거이기도 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톱스타로 산 김혜수는 배우에게 가장 좋은 공부가 무엇인지 경험을 통해 파악했고, 어떻게 하면 칭송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지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일거수 일투족이 계산적이라면 여우같은 인물들이 모여있는 세계에서 진작 티가 났을 것. 김혜수는 하나부터 열 끝까지 진심을 다해 대했고 진정성이 바로 지금의 김혜수를 있게 한 버팀목 중 하나다.

영화 '굿바이싱글'(감독 김태곤)에서 김혜수와 함께 호흡맞춘 마동석은 김혜수에 대해 "무엇보다 배려가 뛰어나신 분"이라고 표현했다. 아무리 날고 긴다는 후배도 대선배 앞에서는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다. 악의없는 선배라도 어려운 관계는 어찌할 수 없다. 때문에 활동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후배인 김혜수는 후배들과 스태프들을 대할 때 먼저 격 없이 다가간다는 것. 생긋 웃는 미소와 함께 "반가워~"라고 먼저 인사해 주는 선배 앞에서 경직된 마음은 풀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혜수는 "배려도 상호간에 마음이 통해야 배려를 하고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며 "동석 씨도 정말 많은 배려를 하는 배우다"고 마동석을 먼저 치켜세웠다. "왜 김혜수 김혜수 하는지 알겠더라"는 마동석의 말이 다시금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김혜수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그렇다. 특히 현장에서는 많은 분들의 배려를 받는다. 오로지 자기 캐릭터와 연기에 집중 할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이 배려를 해주신다"며 "배우들끼리도 마찬가지다. 메인 배우가 있고 그 외 굉장히 많은 배우들이 현장에 있는데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을 서포트 해준다. 감정적인 배려, 연기적인 배려를 받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시간이 지나다 보면 그런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 쯤은 고마움을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있었던 현장은 대부분 늘 그래왔던 것 같다"며 "배려를 주고 받으면서 배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도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모두에게 좋은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김혜수가 더욱 대단한 이유는 자신에게 배려를 해준 이들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 배려는 꼭 직접적으로 주고 받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을 봤을 때, 그 속에서 펼쳐지는 배우의 연기를 통해 큰 감동을 받았다면 김혜수는 무조건 기억을 하고 언제가 됐든 그 배우에게 자신이 느낀 감정을 꼭 전달해 준다는 후문이다. 대배우는 결코 그냥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김혜수는 "좋은 배우를 발견할 때 너무 기쁘다. 그리고 그런 배우들은 언젠가 결국 잘되더라. 난 류승완 감독 작품 중에 '부당거래'를 가장 좋아하는데 개봉했을 당시 조조로 혼자 봤다. (황)정민씨, (류)승범씨 모두 잘했지만 난 거기서 이미도 씨가 그렇게 눈에 들어오더라"며 "한참 후에 어떤 시사회에서 미도 씨를 만나게 될 기회가 있었다. 곧장 다가가 '자기야. 나 자기 영화 너무 잘봤어'라고 말했다. 깜짝 놀라더라"고 회상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러다가 '직장의신' 때 미도씨와 함께 연기를 하게 됐다. 내 기억 속에 미도는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된 것이 끝이었는데 바로 옆에서 지켜보니 생각보다 나이도 어리고 너무 밝고 예쁜 친구더라. 괜히 흐뭇했다"며 "(천)우희도 마찬가지다. 내가 '한공주'를 본 것은 천우희라는 배우를 알아서가 아니었다. 포스터를 봤는데 배우 얼굴이 너무 좋았다. 근데 영화는 더 좋더라.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좋았다. 그건 감독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우희도 앞으로 더 잘됐으면 하는 친구 중 한 명이다"고 애정을 표했다.

이 같은 보람 아닌 보람 때문일까. 무엇이든 메모장에 적는 습관이 있다는 김혜수는 무명 배우들의 이름과 나이, 전화번호까지 휴대폰 메모장에 빼곡하게 기록해 두고 있었다. 인터뷰 중 휴대폰을 꺼내 취재진들에게 직접 보여주기까지 한 김혜수의 차원다른 열정에 혀를 내두른 것은 당연했다.

김혜수는 "일단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 적는다. 아티스트 같은 경우는 내가 캐스팅 디렉터까지는 아니지만 기억해 뒀다가 어떤 좋은 작품이 있을 때, 그 배우에게 맞는 캐릭터가 나왔다 싶을 때 추천을 해주기도 한다. 메모장에 보면 70세 넘는 분들도 있다"며 "일반적으로 한 배우가 주목을 받는다고 했을 때 주목받지 못했던 시절의 모습을 나 혼자 기억하고 있다면 '어? 저 배우 나 예전에 어떤 작품에서 봤는데. 진짜 좋다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하고 싶어지지 않냐. 나도 마찬가지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때 가장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배우의 본업인 연기와도 직결된다. 배우에게 가장 유익한 공부는 좋은 배우의 연기를 눈 앞에서 직접 보는 것이라는 것. 그러한 경험을 '타짜'를 통해 해봤다는 김혜수는 "조승우와 김윤석이 내 앞에서 연기를 하는데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나도 겉으로는 연기를 하고 있지만 마음 속으로는 헬렐레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그저 '난 정마담이야. 정마담이야' 하고 있을 뿐이었다"고 밝혀 좌중을 폭소케 했다.

김혜수는 "대사까지 없으니까 두 사람의 연기를 넋놓고 보게 되더라. 쨍쨍쨍쨍 칼날이 부딪치는 것 같았다"며 "송강호 황정민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볼 때의 느낌은 모니터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며 "그게 배우에게 가장 큰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된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이걸 알았더라면 무조건 현장에 가 스태프 위치에서 안경을 끼고서라도 지켜봤을 것이다. 배우의 꿈을 품고 있는 이들이라면 아주 작은 배역이라도 현장에 갈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이러한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뉴스엔 조연경 j_rose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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