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물고 뜯기 작전 실패, 평온남에 녹아내렸다

2016. 2. 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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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돌직구녀들이 만난 배우 ‘류준열’

류준열을 흔들어라! 특명을 받고 지난 16일 한겨레 ‘돌직구녀’ 4명이 출동했다. '응답하라 1988'로 데뷔 2년 만에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은 침착하고 조심성 많은 성격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를 물고 뜯어 보겠다는 작전은 성공했을까? 기자들과 류준열이 한겨레신문사 옥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운해요.”

아악. 안 돼. 이 말에 맘 약해져선 안 돼.

“제가 <한겨레>와 인터뷰한다고 얼마나 기대하며 왔는데…, 그러시면 서운해요.”

시작도 하기 전에 작전은 실패했다. 이미 언론사 40곳을 찍고 온(이후 29일까지 40곳이 남았다) 류준열은 은근 ‘어답정’(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다)이었다. 40곳과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어떤 질문에도 발끈하는 법이 없었다. 데뷔 10년은 된 듯 침착했고, 논란을 피해가는 안전한 답변만 늘어놨다. 뭐지 이 ‘모범생 모드’는? 진짜인가? 설정인가?

그래서 작정하고 물고 뜯어 보기로 했던 것이다. 조혜정, 유선희, 황춘화, 남지은 <한겨레> ‘돌직구녀’ 4인방이 그를 발끈하게 만들겠다며 지난 16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둘러쌌다. 비장의 각오로 손톱을 세웠지만, “서운하다”는 한마디에 이날 내린 눈처럼 독기 품은 마음도 녹아내렸다. 게다가 감기에 기침까지 콜록콜록…, 이를 어쩌나.

“기대하고 인터뷰 왔는데 서운해요”
시작도 전에 여기자 4인방 ‘KO패’
발끈하겠지 싶은 질문에도 침착
“웃으면 더 못생겼지만 더 웃어
바꿀 수 없는 건 포기해야 하하하”



“마음 다스리려 아침마다 5분 명상
사람들에 위로주려고 연기 포기안해
고경표가 단 세월호 리본 봤을 때요?
‘아차, 나도 달걸’ 싶었죠” 개념까지
“루머는 제가 조심하면 없어지겠죠?”

남지은 아 벌써 말린 거 같아. 해치지 않을게요. 무서워 말아요.

류준열 무섭진 않는데, 그냥 서운해서요…. <한겨레>가 물고 뜯는다니 서운하네요…. 제가 감기도 걸렸고….(불쌍한 표정)

기침 나오지 않게 하는 알약이라며 한 알을 삼킨다. 여자는 아픈 남자에 약한 법. 의도한 듯 안 한 듯 상대의 마음을 돌려세운 이 남자, 고수다.

조혜정 인터뷰마다 즐겁다고 답했던데, 솔직해져 봐요. 비슷한 질문과 답의 반복. 지겹지 않나요?

류준열 아니요. 진짜 즐거워요. 기자분들의 개성도 다 다르고, 언론사가 이렇게 많은 줄도 몰랐어요.

남지은 가는 곳마다 나온 질문이 ‘못생김’에 관한 이야기예요. 좋은 이야기도 한두번이지, 자꾸 듣다 보면 ‘내가 뭐가 못생겼나’ 속으로는 발끈하지 않나요?

류준열 아니요. 전혀 화 안 나요. 그런 거에 신경쓰지 않아요. 신경썼다면 성형을 한다든지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을 찾아봤을 텐데, 그걸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고. 그 시간에 차라리 책 한자 더 읽고 마음 곱게 쓰는 데 신경쓰는 게 이롭지 않을까 생각해요. 잘생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거지만, 심성은 시대와 상관없이 가는 거잖아요.

자고로, 진짜 못생긴 사람한테 못생겼다고 하면 화를 낸다. 그렇다면 그는 잘생긴 걸까.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을 좋아하는 정환으로 출연한 류준열은 1회 등장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무표정한 얼굴과 틱틱대면서 잘해주는 ‘츤데레’ 같은 성격이 여심을 흔들었다. 딱 봐도 잘생긴 얼굴은 아닌데 잘생겨 보여서 시청자들은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못생긴’ 남자한테 끌리는 이 감정은 대체 뭔지, 여자들은 혼란스러웠다. 그의 인기에 남자들은 고개를 갸웃하고, 시대에 따라 달라진 잘생김을 분석하는 이들도 생겼다.

유선희 잘생기지 않았다면서 왜 배우를 꿈꾼 건가요?

류준열 잘생긴 분들만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나 때문에 저와 비슷한 다른 친구들이 힘을 얻고 배우가 되려고 도전하고. 실제로 나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는 이들도 봤어요. 그런 친구들한테 좋은 사례가 되는 거죠.

조혜정 류준열도 하는데. 뭐 그런.

류준열 그렇죠. 하하하.

남지은 류준열이 잘생겨 보이는 건 <응팔> 속 정환의 성격 때문이기도 해요. 정환처럼 무표정하면 시크하고 멋져 보이는데, 활짝 웃으면 더 못생겨 보이는 거 알죠?

류준열

류준열 전 그럴수록 더 웃어요. 바꿀 수 없는 건 빨리 포기하는 게 좋아요. 하하하.

‘못생김’을 걸고 넘어지는 작전은, 실패다. 그는 애써 멋있는 척 포장하지도 않았다. 솔직해서 볼수록 정이 드는 자신의 ‘매력’을 잘 아는 듯했다. 우리 나이로 31살, 적지 않은 나이에서 오는 진중함도 있겠지만, “원래 성격이 무덤덤한 편”이라고 했다. “인기는 왔다 가는 것”이라며 주변의 시선도 개의치 않아했다. 수시로 연예인이 들락거려 무심한 <한겨레> 사옥이 이날은 의외로 동요했다. 그는 사진, 사인 요청에 차분히 모두 응했다.

남지은 이런 환호에 어떻게 덤덤할 수가 있죠? 처음 다가온 인기잖아요.

류준열 성격이 원래 신중한 편이에요. 마음을 다스리려는 노력도 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명상해요. 대학교 3, 4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5분의 아침 명상이 삶을 바꿀 수 있어요. 자기계발서도 많이 읽고, 배우는 군인과도 같은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비슷하게 흉내 내보려고 하다 보니까 시간을 아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조혜정 책도, 그런 차원에서 읽는 건가요?

류준열 책을 읽으면 생각의 깊이라든지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돼요. 잡식이어서 이것저것 다 읽는데, 최근에는 <지식채널 이(e)>를 읽었어요. 읽어보셨어요? 되게 좋아요. 명함에 자부심이 더 생기실 거예요.

남지은 의외로 재능이 많아요. 바둑 1급에, 중학교 때 미술도 했고, 축구도 잘하고. 원래 ‘못매남’들이 재능이 많아.

류준열 재능이라기보다는 어머니가 이것저것 많이 시켜줬어요.

아, 이 남자 뭐지. 이렇게 멘털이 갑일 수가 있나. “<한겨레>가 어떻게”라는 한마디에 흔들려 버린 ‘돌직구녀’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랜 무명을 버틴 비결인가. 사범대를 목표로 재수하다가 수능 한달 앞두고 연기로 방향을 틀었고, 수원대 연극영화과에 합격했다. 대학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왔더니 어느덧 20대 후반이 됐다. “그래도 조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4년 29살에 <미드나잇 썬>으로 데뷔했고, <동심> <급한 사람들> 같은 독립영화에만 출연했다. 2015년 <소셜 포비아>에서 눈에 띄어 <응팔> 오디션을 봤고 데뷔 2년 만에 스타가 됐다.

조혜정 데뷔를 늦게 했는데 왜 포기하지 않았어요?

준열 연기가 재미있어요. 사람들한테 위로가 되고 따뜻함을 주고 싶어요. 여러 직업군이 있겠지만, 가끔씩 영화 만들어서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까,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앞에 있는 보온병을 가리키며) 이런 보온병 만들고, 의자 만드는 게 더 보탬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찾고 관심 가져주는 건 멘탈적인 부분에서 치유가 되고 위로를 줄 수 있는 거니까. 그런 생각 하면 자부심도 들고.

남지은 사회에 도움 되는 사람이고 싶어요?

류준열 그렇죠. 요즘에는 이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릴까 생각해요. 좋은 작품 통해서 돌려드릴 수도 있지만, 또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까. 어렸을때는 학교를 짓고 싶기도 했고 아무튼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유선희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활동을 하는 배우들도 많은데 그런 쪽은 어때요?

류준열 아직까지 그런 거에는 조심스러워요.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하니까.

황춘화 포상휴가 갈 때 고경표가 여행가방에 단 ‘세월호 리본’이 화제였어요. 그때 무슨 생각 했어요?

류준열 나도 달걸. 하하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등 그 시대를 다 살았어요. 세월호는 가장 충격적인

‘응답하라 1988’ 주인공 류준열 인터뷰.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응답하라 1988’ 주인공 류준열 인터뷰.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건 중에 하나였고, 그때 진짜 많이 고민했어요. 나도 뭔가 할 게 있을까. 옛날에는 ‘이런 일도 다 있다 세상에’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이 시국에서 내가 뭘 해야 하나 생각했던 사건이에요.

뭐가 또 이렇게 개념까지. 아이콘으로 떠오른 젊은 배우들 중에 이런 얘기를 서슴없이 하는 이는 거의 없다. 혹여 인기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한다. 이런 소신은 선택한 작품의 면면에서 드러난다. <응팔> 이전에 출연한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염전 노예 문제를 다룬 <섬, 사라진 사람들> 등 대부분 메시지를 던진다.

남지은 <응팔> 이후 선택한 영화가 <더 킹>이에요. 조인성 친구인 조폭으로 주연도 아니에요.

류준열 좋은 시나리오, 좋은 감독과 동료가 있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찾고 있었어요. 그리고 시나리오가 끌렸어요.

유선희 어떤 점이요?

류준열 <한겨레>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얘기하지 않을까요?

오늘 마주한 이 모습이 모두 진짜라면 ‘건방져서 결말이 바뀌었다’는 ‘찌라시’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 제작진한테 찍혀서 남편이 박보검으로 바뀌었다는 소문은 어떻게 된 걸까.

조혜정 왜 그런 ‘찌라시’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류준열 너무 많이 사랑받고 관심 받으니 결과에 대해 불만인 분들이 있잖아요. 불만이 생기다 보니 따라오는 그런 것들 같아요.

황춘화 ‘찌라시’ 중에는 성동일씨가 촬영장에서 언성을 높여 꾸짖었다는 얘기도 있어요. 내용이 주로 태도에 대한 이야기예요.

류준열 일단, 아닌데.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한다고 대중들이 ‘아 그래 아니었어, 미안하다’고 하지는 않거든요. 제가 더 조심하면 이런 루머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기분 좋았어요. 내가 ‘찌라시’에 나오다니. 근데 읽었을 때 와닿는 부분이 없으니까. 방송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성동일 선배님과 같이 찍은 게 몇 장면이 안 돼요.

조혜정 본인이 정말 안 변했다고 생각해요?

류준열 변한 건 주변 사람 같아요. 내가 ‘추워요’ 하면 옷을 갖다주고 그러는데, 그전에는 ‘춥다’고 해도 그러지 않았거든요. 주변에서 다르게 받아들이니 저도 같이 변해야겠다는 생각은 해요.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그는 인터뷰 내내 기자들의 눈을 두루두루 ‘아이컨택’했다. 동공의 흔들림이 없었다. 그게 계산된 행동이라 할지라도, 흡입력이 상당했다. 그는 “진심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엄청나기에, 눈을 맞추면 진심이 더 와닿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수많은 언론에 다 나온 <응팔>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그는 “정환처럼 여자들이 좋아하는 행동을 잘 알지 못한다”거나 “사랑과 우정 중에는 그때그때 다르다”는 식으로 두루뭉술 넘어갔다.

남지은 만나 보니 진실되어 좋긴 한데, 아 대답이 너무 모범생이야.

류준열 예상외의 질문을 물어보시면 안 그럴 수도.

아, 살짝 발끈했나. 절반은 성공인가. 어쨌든 류준열은 영리한 모범생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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