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안' 보는 KBS 월화드라마?

변희원 기자 2015. 12.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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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간 한 자릿수 시청률, '.. 비너스'도 시청률 8%대 "'마리텔' 같은 참신함 필요"

소지섭과 신민아가 나섰지만 'KBS 월화드라마의 저주'가 풀리지 않고 있다. KBS가 내놓은 올해 마지막 월화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오마비·사진)는 시청률 7~9%를 오가면서 지상파 3사 중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에 머무르고 있다. 1위·2위는 각각 '육룡이 나르샤'(SBS), '화려한 유혹'(MBC)이다.

KBS 월화드라마의 부진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올해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한 날은 딱 하루, '힐러'가 방영된 1월 19일이었다. '블러드' '후아유―학교 2015' '너를 기억해' '별난 며느리' '발칙하게 고고'까지 시청률은 한 자릿수였고, 대부분은 동시간대 지상파 시청률 꼴찌를 기록했다. KBS 월화드라마가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은 2013년 10월에 종영한 '굿닥터'가 마지막. 시청률만 낮은 게 아니라 작품성으로도 괜찮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 없었다. 오랫동안 성공작을 내놓지 못하다 보니 시청자들 사이에선 '믿고 안 보는 KBS 월화드라마'로 통한다.

종영까지 4회를 남겨둔 '오 마이 비너스'는 KBS 월화드라마의 부진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보여준다. '신개념 헬스 로맨스'를 표방하고 소지섭과 신민아처럼 그간 TV에서 보기 어려웠던 톱스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신선한 소재와 설정, 스타 마케팅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비슷한 설정의 웹툰 '다이어터'가 과체중 여성이 다이어트를 하면서 겪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신민아가 특수분장까지 해가며 연기한 과체중 여성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시청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다이어트의 어려움은 거의 그려지지 않은 채 살은 금세 빠졌으며, 날씬해진 뒤에는 보란 듯이 연애부터 시작했다. 소지섭과 신민아가 선보인 '샐러리 키스'는 '시크릿 가든'(2010)의 '거품 키스' 이후 수많은 멜로 드라마에서 베껴온 장면이다. 당초 기획 의도에서 신개념도 빠지고, 헬스도 빠지고, 로맨스만 남았다. 기존의 드라마와 다를 게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KBS 월화드라마가 원래 부진했던 건 아니다. 한류 열풍을 일으킨 '겨울 연가', '꽃보다 남자'와 장혁·배두나·최강희 등 신인 배우들을 배출한 '학교' 시리즈가 모두 KBS 월화드라마였다. KBS 출신의 한 PD는 "드라마와 예능, 시사 등 지상파가 독점했던 콘텐츠를 케이블과 종편이 새롭게 만들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이 분산되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처럼 창의적이고 참신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지상파를 외면하는 시청자가 늘어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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