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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살린 '내부자들'의 진정한 내부자 조승우 [이슈와치]

뉴스엔 입력 2015.12.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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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4일 열린 영화 ‘내부자들’흥행 쇼케이스 오픈 토크에 참석, '봄비'를 부르고 있는 이병헌(오른쪽)과 조승우(사진=뉴스엔 이지숙 기자)
사진=영화 '내부자들' 조승우 이병헌 스틸(사진=쇼뱍스)

이병헌 살린 ‘내부자들’의 내부자 조승우 [이슈와치]

이제 이병헌은 영화 ‘내부자들’(우민호 감독 / 쇼박스 배급)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할 듯하다. 이전에도 사생활과 관련한 잡음으로 인기만큼이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이병헌은 할리우드 진출로 ‘월드스타’까지 올라서는가 하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드디어 1,000만 관객 동원 배우 기록까지 낳으며 배우로서 올라설 곳은 모두 정복한 뒤 늦은 나이에 결혼까지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제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안정된 모습을 보이겠구나’라는 안도감을 줬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50억 원 협박녀 사건’은 지금까지 그가 쌓은 모든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듯 전 국민의 공분을 샀고, 이에 여론은 꽁꽁 얼었다. 배우로서의 국내에서의 입지는 거의 사라졌고, 그가 실질적인 주인인 BH엔터테인먼트도 위기설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지난 8월 개봉된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 순수제작비만 100억 원짜리 대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43만 명의 관객만 동원하며 참패하자 이병헌의 배우인생은 이제 패색이 완연했다.

하지만 ‘내부자들’은 이병헌을 기사회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의 배우로서의 진가를 새삼스레 확인시켜줬다. 이병헌 때문에 이 영화를 안 보겠다고 들불처럼 일어서던 대중 다수는 ‘이병헌의 연기는 역시’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 서슴지 않으며 ‘죗값을 치르려면 1년에 영화 3편씩 하라’는 주문까지 내고 있다.

그건 쇼박스 마케팅 팀의 교묘한(?) 전술전략과 조승우라는 존재감이 이룬 업적이다.

언론시사회 후 영화와 주연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자 곧바로 조승우를 각 매체의 인터뷰에 먼저 투입했다. 그리고 조승우는 입을 열자마자 이병헌에 대한 칭찬부터 늘어놓았다. 처음엔 그의 인터뷰 기사를 접한 관객들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기사가 릴레이로 이어지자 점차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먼저 ‘내부자들’을 관람한 관객들이 입소문으로 그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제 이병헌은 싫어도 배우 이병헌은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래도 이병헌 회생의 일등공신이 조승우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조승우는 지난 12월 4일 서울 올림픽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진행된 ‘내부자들’ 오픈토크에서조차 “이병헌 선배의 연기를 보면서 ‘이래서 이병헌이구나’ 싶었다”고 이병헌에 대한 오마주를 완벽하게 매조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젠 조승우에 대한 칭찬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내부자들’의 흥행을 책임진 배우는 조승우-이병헌-백윤식-이병헌, 그리고 조승우 순인 셈이다.

모노극이 아닌 이상 모든 영화와 드라마에서 ‘원톱’은 사실상 없다. 라이벌 배역 혹은 조연들의 완벽한 조합이 원톱을 만들어줬을 따름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학생이 공부해야 하듯, 건달은 싸워야 한다”는 하정우의 존재감은 최민식 마동석 조진웅 곽도원 김성균이 없었다면, ‘신세계’에서 “드루와, 드루와”를 히트시킨 황정민의 위대한 연기력은 최민식 이정재 박성웅이 없었다면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조승우의 연기력은 ‘말아톤’(2005)에서 절정에 오른 바 있다. 이듬해 ‘타짜’로 다시금 연기력을 확인케한 조승우는 그러나 그 후론 관객들의 갈증을 유발한 직무유기 배우다. 두 작품이 워낙 흥행에 크게 성공해선지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169만 명)과 ‘퍼펙트 게임’(2011, 150만 명)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심지어 조승우는 2012년 무려 50부작인 MBC 드라마 ‘마의’에 출연해 탤런트가 됐다.

하지만 조승우는 조승우였다. 4년 만의 영화 ‘암살’에 카메오 출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요”라는 대사 하나가 준 임팩트는 하정우 이정재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부자들’에선 양대 주연배우 역할을 넘어서 이병헌의 연기를 더욱 빛나게 해줬다.

‘내부자들’은 유독 전 배우들의 연기가 극찬을 받는 몇 안 되는 영화다.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연상케 한다. 배우들의 연기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병헌과 조승우의 사투리가 옥에 티로 지적된다.

한상구(이병헌)는 전라도, 우장훈(조승우)은 경상도 출신이지만 딱히 어느 도시라고 정해진 바는 없다. 그건 그냥 건달과 ‘무족보’ 검사라는 캐릭터를 위한 막연하고 상징적인 설정일 따름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투리가 나올 수 없었던 배경이다.

두 사람 모두 지방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활동 중이다. 시나리오 상 이강희(백윤식)와 한상구가 만난 지 16년 됐으니 최소한 상경한 지 그 정도는 됐다. 지방대학 출신일 것으로 추측되는 우장훈은 서울생활이 더 짧을 것이다.

여기서 조승우의 영민함이 빛을 발한다. ‘업계’의 특성상 전라도 깡패는 서울생활을 오래 할수록 일부러 전라도 사투리를 더욱 심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 이병헌의 부족한 전라도 사투리는 시나리오 상으로 확실하게 지역을 정하지 않은 오류 탓이다.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의 애드리브를 펼친 이병헌답게 광주든 여수든 목포든 디테일을 정하고 갔어야 했다.

이에 반해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족보’가 없는 우장훈은 굳이 특정 지역이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그는 ‘무족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출신 사투리를 지우고 서울말로 어투를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조승우는 여기서 배우로서의 초능력을 발휘한다. 경상도 사람(무족보 평검사)이지만 서울사람(출세)이 되고 싶었던 우장훈의 욕심과 핸디캡을 이도저도 아닌 어눌한 사투리로 표현해낸 것이다.

그건 ‘암살’의 대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밀양사람이지만 서울말투다. 그러나 그곳은 중국이었다. 일제강점기이던 당시의 한국어에 사투리는 의미가 없었다. 나라를 잃고 머나먼 중국 외진 곳에 임시정부를 세우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외롭게 싸우는 독립군이 되찾아야 할 것은 지역 사투리가 아니라 국어를 포함한 주권이었기에 굳이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고자 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병헌은 과거 탤런트로 시작해 그토록 영화배우가 되고자 노력했지만 쉽게 징크스를 깨지 못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장동건도 한때 그랬다. 이병헌은 ‘공동경비구역 JSA’로 간신히 징크스를 무너뜨린 바 있다.

이에 비교해 조승우는 1999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공개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뼛속부터 영화배우다.

[뉴스엔 객원 칼럼니스트 유진모]

※이 칼럼은 뉴스엔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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