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써니가 보여준 '걸 그룹 예능의 정석'

2013. 9. 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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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음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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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 꽃보다 할배 > 에 출연한 소녀시대 써니

ⓒ tvN

'내가 (이)수만이랑 통화할게. 하루만 더 있으라고 얘기하면 돼!' 할배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붙잡으려 하는 것은 처음이다. '네가 가면 난 이제 어떡하냐'며 얼굴을 파묻은 이서진의 근심 어린 표정은 일부러 지어낸 것이 아니다. 그들의 마음은 모두 소녀시대 써니에게로 향하고 있다. 할배들도, 이서진도 이대로 써니를 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다.

이서진에게 tvN < 꽃보다 할배 > 대만 편은 유럽 편과 비교했을 때 극과 극 체험이나 다름없다. 나 홀로 몇 개의 직업군 역할을 감당해 내면서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땀을 훔칠 여유마저 없었던 유럽 여행 때와는 달리, 대만 여행에서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어둠 속의 빛과도 같은 써니와의 동행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보조개가 저렇게까지 만개할 수 있을까', '원래 저렇게 활짝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서진은 유럽 여행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명랑함과 해맑음을 보였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써니와 그것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 설사 이것이 예능 프로그램 촬영이며 곧 할배들의 시중을 또 다시 들어야 한다고 해도 이서진에겐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신바람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써니는 할배들을 이서진 자신보다 훨씬 더 잘 챙기는 기특함까지 보여준다. 그저 깍듯한 예의범절이 아니다. 할배들의 마음을 한 순간에 녹이고 이내 흥겨운 세계로 안내하고 만다. 터벅거리는 발걸음을 가벼운 총총걸음으로 바뀌게 했고, 버스 안에서 콧노래를 부르게 했으며, 지겹도록 땀이 나는 대만의 후덥지근함 속에서도 연신 싱글벙글 미소를 잃지 않게 했다.

tvN < 꽃보다 할배 > 에 출연한 소녀시대 써니와 'H4' 백일섭

ⓒ tvN

무엇보다 백일섭에게 행한 기적은 기이할 정도다. 그토록 걷고 구경하고 돌아다니는 것이 고역이기만 했던 백일섭이 확 달라졌으니 말이다. 300미터쯤이야 하면서 아무런 불만 없이 걷기 시작했고, 단 한 번도 제대로 보지 않았던 박물관 관람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써니의 티 없이 맑은 미소의 힘이며, 그의 사근사근한 성격과 붙임성 좋은 밝은 매력이 이룬 대만에서의 가장 흐뭇한 쾌거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이 이서진에게는 걱정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 분위기에서 써니가 가면 난 어떡하냐'며 이서진은 나영석 PD를 비롯, 보이는 제작진 하나하나에게 진심으로 근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럴 만도 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할배들의 여흥이 써니가 떠나는 순간 동시에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은 이서진에게는 크고 강한 압박감이었을 테니까.

아쉬워하는 이는 이서진뿐만이 아니었다. 할배들도 이럴 수는 없다며 반강제, 반협박으로 써니를 붙잡아두려고 했다. 급기야 제작진은 써니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 전화를 걸어 비행기 스케줄을 하루만 더 연장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루어지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소녀시대가 곧바로 미국을 가야 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 꽃보다 할배 > 의 간절한 요청은 소속사의 흔쾌한 승낙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여행을 떠난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써니는 할배들과 하루를 더 함께 할 수 있게 됐고, 이서진도 써니를 하루 더 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할배들과 이서진이 대만에서 하루 더 즐겁고 신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해피바이스러스 써니의 덕분이다.

tvN < 꽃보다 할배 > 에 출연한 소녀시대 써니와 'H4' 이순재

ⓒ tvN

이것이야말로 걸 그룹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자세의 가장 이상적이고도 완벽한 정석이 아닐까 싶다. 물론 < 꽃보다 할배 > 측에서 써니에게 먼저 감사해야 할 일이다. 대만까지 날아와 할배들에게 마치 친딸처럼 싹싹하게 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써니의 밝은 성격이 없었다면, < 꽃보다 할배 > 의 대만 여행 역시 유럽 여행 때와 큰 차이 없이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이에 더해 써니가 < 꽃보다 할배 > 에 출연한 것은 그 자신에게도 굉장한 득이 될 듯하다. 일단 대중이 써니를 바라보는 눈빛이 더더욱 사랑스러워질 것이니 말이다. 9명의 소녀시대 멤버들 중 써니가 지닌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단숨에 써니는 소녀시대의 이미지까지 업그레이드시킨 에이스로 떠오르게 될 것 같다.

써니는 가식이 없었다. 고개가 꺾일 정도로 호탕하게 웃었고, 할배들의 술잔을 사양하는 법 없이 주는 대로 받으며 엄청난 주량을 자랑했고, 세수를 하고 난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그에게 '나 이래봬도 소녀시대야!'라며 짓는 폼은 방송 내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꽃보다 할배 > 에서 써니는 잘 나가는 걸 그룹 멤버가 아닌, 그저 제작진으로부터 초대받은 25살 여자일 뿐이었다.

어제(6일) 방송된 < 꽃보다 할배 > 의 예고편에서 잠깐 동안 써니가 할배들과 작별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도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고 만 듯했다. 그런데 그 잠깐이었던 그의 눈물에서 마음이 짠해졌다. 예능에서 울었다고 매양 욕을 먹으리라는 법은 없다. 왜 울었는가에 따라서 그것은 '어이 상실'도 될 수 있고, '감동 충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능을 대하는 걸 그룹의 자세, 다른 이들이 써니에게서 좀 배웠으면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음대성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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