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도전하지 않고 두려워하기엔 인생이 짧다"

2013. 1. 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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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언혁 기자]

영화 < 클라우드 아틀라스 > 에서 틸다와 클론 손미-451 등 주요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배두나가 3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오묘한 눈빛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어떤 의미에서 영화 < 클라우드 아틀라스 > 는 배우 배두나의 삶과 참 많이 닮았다. '신세대 스타'라는 타이틀을 뒤로하고 영화 < 플란다스의 개 > (2000)를 선택해 얼굴에 흙칠을 했을 때도, < 고양이는 부탁해 > (2001) < 복수는 나의 것 > (2002) < 괴물 > (2006)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을 때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선택을 받고 일본영화 < 공기인형 > (2009)에 출연했을 때도 이렇게 매번 주목받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 감독이 공동 연출한 < 클라우드 아틀라스 > 에 출연하기까지. 많은 이들은 그를 두고 '할리우드에 진출'했으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갔다'고 하지만 계획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순간의 선택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 'Everything Is Connected(에브리씽 이즈 커넥티드)'. 그렇게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었다.

" < 클라우드 아틀라스 > 는 일생일대의 기회였어요. 그걸 '진출'이라고 표현한다면 이걸 통해 또 다른 것을 얻는다는 거잖아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 공기인형 > 도 특별한 기회였지만 그것 역시 의도했던 게 아니니까요. '그래. 결심했어!' 하던 인생극장 같아요. 매 순간 선택의 결과인 것 같아서요."

ⓒ 이정민

클론 손미-451(배두나 분)과 순혈인간 장혜주(짐 스터게스 분)가 등장하는 2144년 네오 서울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도시다.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 < 괴물 > 에 출연했으면서도 배두나는 리얼한 세트가 있는 현장에서만 촬영해 왔다. 그런 그에게 '그린 스크린'에서의 촬영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톰 행크스와 할 베리·휴 그랜트·짐 스터게스·벤 위쇼·휴고 위빙 등 할리우드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 또한 새롭긴 마찬가지였다. 3~4개월 동안 베를린에서 생활하며 배두나는 자신의 연기는 냉정하게 판단하되, 다른 이들의 촬영분을 볼 때는 마치 다른 영화를 보는 것처럼 즐겼다. 배두나는 "당시에는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화려한 이들과 함께 연기하고 있다는 의식 자체를 하지 않았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한 앵글 안에 있는 게 정말 신기하고 기분이 좋더라. 설?다"고 회상했다.

< 클라우드 아틀라스 > 가 그려낸 세상은 돌고 돈다. 불교의 윤회 사상을 연상케 한다. "무교인데다 종교에 무지한 편"이라고 자평한 배두나는 "전생, 후생과 상관없이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한 번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쿨하게 생겼지만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철저히 고지식한 편"이라 '인연은 필연'임을 믿는다고. 아울러 자신이 하는 어떤 것은 허투루 하는 게 아니며 지금의 행동은 미래에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믿는다고 했다.

'배우' 배두나 Vs. '인간' 배두나,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

ⓒ 이정민

ⓒ 이정민

그렇다면 '배우'가 아닌 '인간' 배두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실시간 검색어에 배두나씨 이름이 있더라"고 말하자 화들짝 놀랐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3일 오전, 포털사이트에서는 '배두나 민낯'이라는 검색어를 볼 수 있었다. "어떤 것 때문이었느냐"고 물은 배두나에게 "민낯"이라고 답하니 "그래도 그건 괜찮네"라며 마음을 놓는 눈치였다.

"저는 영화배우고, 열심히 찍은 영화가 세상에 나오고, 사람들은 저를 알아봐요. 어떻게 보면 유명하다는 축에 속하는데 저 자신은 아직도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러워요. < 클라우드 아틀라스 > 에 합류한 것 자체가 큰 기쁨이고 행복인데다 파격적인 캐스팅이잖아요. 비중도 높고요.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긴 시간 주목받고 싶진 않았어요. 다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알리고 싶었죠.(웃음)"

연예인은 늘 대중의 관심을 받기에 다른 직업처럼 일할 때만 철저히 '직업인'이기에 쉽지 않다. 그러나 배두나는 "물론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만 한 작품이 끝나면 그래도 비슷하게나마 나 자신을 원래 배두나로 돌아가게 하는 데 주력한다"고 했다. 연예인이라서, 배우라서 관심받고 혜택을 누리려 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시 중간에 맞춰놓으려 한다고. 그래서 여행을 좋아한다는 배두나는 "촬영 현장이 아닌 곳에서는 배우로 사는 게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레드카펫이나 기자회견 같은 자리는 여배우로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로지 저만의 시간에는 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나는 배우다'라는 식의 자의식을 갖고 살지는 않아요. 연예인 친구보다 10년, 20년 전 학교 친구들이 더 많은걸요. 가끔 친구들은 제가 배우라는 걸 까먹는대요. 그게 칭찬 같아요.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배우인 모습을 들키는 것도 좀 싫어요. 그러다 제 영화를 보고 '친구지만 자랑스럽다'고 하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 이정민

2013년에도 배두나는 그동안의 인생관처럼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했다. 자신의 연기를 좋아한다면 어느 곳에서라도 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 클라우드 아틀라스 > 에서 영어로 연기했듯, 불어 연기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프랑스어를 배우며 부름에 응하겠다고.

"도전하지 않고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잖아요. 왜 두려워하죠?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죠. 전 기회가 오면 두렵기보다 설레고 흥분돼요.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어서 쭉 하고 살았는데 가끔 이렇게 완전히 다른 현장에서 저를 불러주잖아요. 초심으로, 신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새로움이 있어요. 양궁도 배우고 탁구도 배웠는데 그 정도야 뭐. 잘하는 것만 하고 살기엔 너무 지루한 것 같아요."

"올해는 기회가 닿는다면 개인적으로 가죽공예를 배워 직접 가방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인 배두나에게 < 클라우드 아틀라스 > 와 마주할 관객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고 주문했다. "생각을 지우세요. 풀어놨던 퍼즐이 어느 순간 맞춰질 거예요. 보고 나서도 이야깃거리가 있는 영화니까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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