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진웅 "소녀 같고 또 요괴 같은 방은진 감독에 무조건 순종"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2012. 11. 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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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SBS '뿌리깊은 나무'(이하 '뿌나')와 흥행작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신작 '용의자X'로 드디어 상업 영화 주연 배우 타이틀까지 얻었지만 배우 조진웅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은 KBS-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찰스 역으로부터 출발한다.

오랜 외국 생활로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며 여동생과 함께 지내며 홀로 두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철없는 아빠 찰스는 시청자들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꽤 큰 웃음을 주며 배우 조진웅의 존재감을 느끼게 했다.

이후 영화 '글러브'와 '페이스메이커'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연기하더니 드디어 '뿌나'에서 호위무사 무휼 역으로 날개를 달았고 올해에만 '범죄와의 전쟁', '5백만 불의 사나이', '용의자X' 등 문제작을 쏟아냈다. 이뿐이랴. 이제훈, 한석규과 함께 출연한 '나의 파파로티'와 문소리, 이제훈과 함께 한 '분노의 윤리학'이 내년 개봉 대기 중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X의 헌신'을 원작으로 한 '용의자X'에서 조진웅은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화선(이요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수학 천재 석고(류승범)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이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민범 역을 맡았다.

조진웅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석고와 화선을 압박하며 극의 긴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랑을 목격하고 관객들의 연민을 자극해야 하는 상반되는 캐릭터를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조진웅을 만났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양복을 갈아입었다가 이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제되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예상 답변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외마디 의성어를 많이 사용하며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부산 사나이였다.

- 석고와 하선의 사랑도 좋지만 민범의 우정도 가슴을 치던데.

▲ 말도 못한다. 민범이 석고를 취조실에서 취조할 때 정말 한 대 치고 싶었다. "일어나, 이 새끼야"라고 소리 질러 주고 싶었다. 뭔가 계산으로 하는 연기가 아니라 쭉 미니까 쫙 오더라. 참 말도 안되는 사랑인데 설득 당하게 되더라.

- 출연 계기는.

▲ 처음 수락할 때는 액션도 많이 없고 "이거 뭐 날로 먹겠네. 야야~ 가는 거야"하며 시작을 했지만 막상 촬영 들어가고 나서 된통 당했다. 초반부터 계속 삐걱거렸다. 뭔가 준비하거나 계산하지는 않았다. 현장에 탁 들어갔을 때 방은진 감독, 최찬민 촬영감독, 류승범 등 모든 스태프와 배우의 기에 밀려 설득 당해지더라. 방 감독님 또한 시선, 동선, 동작에 대해 딱히 지시 하지 않았다.

- '퍼펙트게임', '뿌리깊은 나무', '범죄와의 전쟁' 등 최근 캐릭터에 비해 강렬함이 덜한데

▲ 나에게는 굉장히 좋은 작품이었다. 이번에는 뭔가를 안 하는 게 목표였다. 내가 화자가 되어 관객들의 심리를 끌고 가야 하기에 석고의 심리를 내가 파헤쳐서 관객에게 전달해야 했기에 절대 거치적거리는 인물이 되어서는 안됐다. 조금 더하면 오버액팅이 되거나 신파로 흐를 수 있기에 최대한 진정성 있게 밀어붙였다. 우리는 의도한 지점을 충분히 완주했다. 장면에 따라 삐걱 거리기도 했고 한숨이 나는 장면도 있지만 예쁜 내 새끼를 탄생 시켰다.

- 처음으로 주연 타이틀을 단 소감은.

▲ 굳이 주연과 조연을 나눌 필요가 있을까. 그것에 대해 의식하며 촬영에 임하지 않았다. 평소 항상 내가 출연하는 장면의 주인공이라 생각했기에 오로지 장면을 이끌어 간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저 석고와 화선의 멜로를 바라보고 관객의 시선을 이끌어 주는 화자 입장에 충실했다. 초반부터 '내가 주연이야'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면 아마 어마어마한 부담이 됐을 거다.

- 소속사 이소영 대표와 7년 넘게 의리를 지키고 있는데.

▲ 항상 이소영 대표에게 말하는 게 '내가 안 할 작품은 미리 알아서 주지 마십시오'라는 거다. 내가 직접 안 한다고 하면 너무 미안하잖나. 이소영 대표는 배우를 보는 안목이 대단하고 비즈니스에 진심이 있다. '남들은 예능에서 어떻게 한다고 하던데' 혹은 '이 작품으로 이 배우를 어떻게 키워야지'하는 생각이 없다. 그저 진심으로 작업한다. 가끔 대형 기획사의 유혹도 있었지만 내 행보에서 한치의 부끄럼도 없이 당당하다. 상도의와 정도를 지키는 일이 때론 어렵지만 나는 작품을 파고 이대표가 비즈니스 적인 걸 책임지는 게 정답이다.

- '퍼펙트 게임'의 조승우, '범죄와의 전쟁'의 하정우, '용의자X'의 류승범 등 자타공인 30대 최고 배우들과 작업했다. 하정우와 조승우는 진짜 천재 같았고 승범이의 가슴에는 태양이 있었다. 방은진 감독은 어떨 때는 소녀 같고 또 어떨 땐 요괴 같았다.

▲ 항상 느끼는 거지만 톱이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나이야 동생들이지만 말로만 동생이다. 그들에게 많은 걸 배웠다. 또한 그런 부분에서 관용이 내 장점이다. 그들이 스타라고 해서 내가 고개 숙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시너지를 가져간다. 류승범, 방은진 감독, 최찬민 촬영 감독과 술자리를 가지면 우리는 그냥 녹아 내렸다. 기가 차게 재미있었다.

-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 취조실에서 석고를 취조하는 장면이 그렇게 안 풀렸다. 너무 난감해서 '내가 오늘 죽어야 하나' 했다니까. 리허설이 돌아가고 한 커트를 찍고 모니터를 보니 쓸 수 없는 그림이더라. 방 감독님이 밥 먹고 하자시기에 밥 먹고 나서 캐치볼을 하며 놀았다. 그러다가 촬영장에 들어갔는데 큐 사인도 없이 모두 스르륵 모이더니 자연스럽게 촬영이 시작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끝이 났다. 정말 먹먹하더라. 그게 작업 아니겠나. 나는 진짜 행복한 놈이다. 이런 즐거움을 '첫 주연'이라는 타이틀에 비하겠나.

- 향후 5년후 목표는.

▲ 우리 아버지의 연기자 기준이 말론 브란도다. 제가 한 편씩 출연할 때마다 '또 죽나', '이번에도 깡패가'라고 하신다. 그래도 '범죄와의 전쟁'때는 '대부'의 오마주도 있는 것 같으셨던지 약간 호의적이셨다. '용의자X' VIP 시사회 때 갑자기 동맥경화가 발견돼서 수술을 하시느라 시사회를 못보셨다. 천만 다행으로 호전 중이시다. 내가 뭐 굳이 아버지를 만족시킬 필요야 없겠지. 여기저기서 기대가 많아지니 부담이 커진다. 아, 그냥 계속 '용의자X'처럼 촬영장에서 신명나게 놀고 싶다.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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