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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신감독, "정은지 캐스팅 펑펑 울었다" [와이드 인터뷰①]

입력 2012.11.04. 15:30 수정 2012.11.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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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손남원 기자] 2012년 한국영화는 사상 최초로 한 해 천만관객 흥행작 두 편을 만들었다. 이 기록은 아직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이에 맞서는 국내 TV 드라마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적어도 케이블 드라마만큼은 순간 최고시청률 9%대 달성의 신기원을 이뤘다. tVN의 감성 드라마 '응답하라 1997'가 그 주인공이다. '응답하라'는 동네 주부들 사이 체감 시청률은 지상파 TV 40% 수준을 훌쩍 넘었고 2030 젊은 세대 입소문이 방송내내 인터넷을 후끈 달궜던 명품 드라마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응답하라'를 만든 신원호 감독은 KBS 예능 PD 출신이다. KBS 2TV 주말 예능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메인 연출을 맡아 '남격 합창단'을 성공시키며, 전국적인 대박의 짜릿한 손맛을 경험했던 인물이다.

지난 9월 종영한 그의 첫 드라마 연출작에 대한 여운과 관심이 아직도 전국을 감싸고 있는 늦가을 어느 날, "평생 예능 PD로 불리길 바란다. 그렇다고 드라마를 더이상 안하겠다는 얘기는 아니고..."라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중인 신 감독을 만났다.

ㅡ '응답하라'가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나

전혀.배우 캐스팅 때부터 말도 안되게 힘들었다. 밑천이 없으니까, 특 A급부터 밑으로 쭉 내려왔는데 연락한 배우들 모두에게 다 까였다. 배우뿐 아니라 아이돌들, 심지어 연기 한 번 안해본 멤버까지 모두 다 거절당했다. 까여도 너무 까였다.(웃음)

인지도 낮은 케이블 드라마라서 누군가 (시청자) 관심을 끌어줄 스타 한 두명이 필요하다는 강박감을 갖고 있었다. 원래 캐스팅이란 노바디(무명)를 섬바디(스타)로 만들 때 PD나 작가에게 큰 보람을 준다는 걸 나라고 모를까. 하지만 그건 지상파있을 때, 장사로 치면 특급 백화점 1층 점포에 자리잡는 것처럼 비빌 언덕 있을 때 얘기다. (케이블에서는) 누군가 내가 여기서 장사하고 있다고 소리질러줄 A급 스타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런데 그게 안된거다. 전혀.

ㅡ 정은지, 서인국 등 주연남녀를 비롯한 조연들 캐스팅이 환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들은 것치고는 전 후 얘기가 너무 다른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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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끝내고 나서 펑펑 울었다. 얘들 데리고 도대체 뭘 할수있지 막막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필요는 발견의 어머니라고? 그건 '응답하라'가 잘되고 나서 얘기였다. 정은지와 서인국, 둘 다 오디션에서 만났는데 느낌은 좋았다. 주연 남녀가 아닌 다른 역할로 써볼까 생각을 했었다. 그 정도가 한계였다. 그후로도 계속해서 부산, 대구, 경북, 경남 등 영남지방 출신들은 물론이고 그쪽에서 군대나 학교 생활한 배우들까지 다 뒤졌다. 심지어 아버지 직업 때문에 영남지방에서 몇 달 살았던 이들까지 다 조사해 연락했다. 당연히 다 까였다.

ㅡ 케이블 드라마에도 스타 연기자들이 자주 출연하는데..

예전 예능 PD 할 때는 배우들에게 캐스팅 관련 전화하면 콘셉트를 설명하기도 전에 "예능 안합니다"고 끊어버려 상처 받았다. 이번에는 전화하면 "케이블 안합니다"고 하더라. 어찌보면 김응룡 감독이 축구 국가대표 맡겠다고 한들 박지성이 뛰어주지 않을 것처럼 예능 PD의 한계가 작용했을 거다. 결국 시원과 윤재 역할을 정확한 톤으로 해줄 나의 카드는 서인국, 정은지 밖에 없었다.

ㅡ 그래도 정은지-서인국으로 해냈다. 둘은 이제 톱스타 아닌가

시원 역할을 찾느라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에이핑크 은지를 추천했다. 나는 그때 에이핑크가 에잇(eight, 8)핑크인줄 알고 "멤버가 여덟명이냐?"고 물었다. 내가 아이돌 그룹들을 잘 모른 것도 사실이지만 드라마 주인공의 기대치로서는 인지도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은지를)부르지말라고 했는데 벌써 연락했다는 거다. 어쩔수없이 봤는데 첫 말투부터 딱인거다. 딱 시원인거다. 속으로 "하필 왜 너냐, 너무 아깝다"고 또 펑펑 울었다. 걸그룹의 공산품마냥 규격화된 미모가 싫었는데 그점에서도 은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서인국은 처음에 성재나 호야 역할로 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ㅡ 은지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처음 만나서 바로 대본을 건넸다. 시원이 젝스키스 은지원의 브로마이드가 담긴 잡지를 쫙쫙 찢는 장면을 담은 쪽으로. "읽어 보세요" 했더니 바로 딱 원하는 톤에 플러스 알파의 사투리가 터진 거다. "이것들 뭐꼬, 우리 오빠들 따라지 아이가, 가꼬 온나 확 주 째삔다." 그 순간 빵 터졌다. 정말 깔깔 웃었고 집에 가서 잠을 청하다 그 모습을 떠올리고는 또 터졌다. 캐스팅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계속 그 생각이었다. "니가 딱인데..왜 하필 (인지도 낮은)너인거야..

속으로는 아깝다. 인지도만 좀 있었어도. 걸스데이 정도만 됐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른 배우와 아이돌들한테)계속 까이다 한 달을 넘게 캐스팅에 실패하니 문득 (정은지와 서인국)둘을 할까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우정) 작가에게 전화해서 "어떨까"하니 "하루만 더 생각하자"고 답이 왔다. 다음날 이작가가 "그래 하자"고 연락하길래 내가 "하루만 더 고민하자"고 했고. 이렇게 여러날 둘이서 탁구를 쳤다.(웃음)

ㅡ 에잇핑크 아닌 에이핑크는 사실 꽤 유명한데...그나저나 정은지가 타고난 연기자였나 보다. 신인이 어떻게 연기를 그토록 잘할수 있을까 다들 감탄했다.

천만에 말씀이다. 의지는 강하데 기본은 전혀 없었다.(웃음) 은지와 인국에게 주연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둘 다 기가 너무 좋았다. 열 번 때려도 기가 안 죽을 것 같았다. 신인이지만 주눅 안 들고 따라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막상 (대본)리딩에 들어가니까 은지는 입과 표정이 따로 노는데 "이거 촬영 전까지 언제 가르치나. 되기는 될려나." 또 자포자기하고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스크립터의 표현대로라면 은지의 초반 리딩은 '쩐다'였다. 이런 발연기가 또 있을까 했다. 열흘 째까지도 가능성이 안보여서 그 날 저녁에 술 엄청 마셨다. 여 주인공이 다 끌어가야되는 게 '응답하라'다. 그러니 드라마는 이미 망한 거였다. (웃음)< 계속 >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