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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부끄러운줄 아시요" 진짜 말했다(광해군에 대한 오해①)

뉴스엔 입력 2012. 10. 17. 11:49 수정 2012. 10. 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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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형우 기자]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이후 광해)가 한국 영화가를 휩쓸며 천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개봉 전 부터 800만 영화, 1000만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던 영화이지만 그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영화의 인기에 따라 실존인물 광해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지대하다. 역사학계에서도 늘 '논란'의 중심이었던만큼 광해에 대한 갑론을박도 상당하다.

영화 '광해'를 본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라면 역시나 "부끄러운 줄 아시요"다. 명나라에 원병을 보내려는 대신들에게 광해군이 백성들을 사지에 몬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말이다. 진짜 광해도 이렇게 말했을까.

● "머리가 곤두선다" "경들의 말에 웃음만 나온다" "입으로만 적을 막겠는가" 분통

물론 "부끄러운 줄 아시요"라는 말을 정확히 표현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말과 의미가 거의 같은 분통은 여러차례 터뜨린 광해군이다. "부끄러운 줄 아시요"라는 말을 했다고 쳐도 무방할 정도다.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중초본에 담긴 말들을 보자.

"적의 형세는 날로 강대해지는데 우리 병력은 믿을 것이 없다. 고상한 말과 큰 소리만으로 하늘을 덮을 듯한 흉악한 적의 칼날을 막아낼 수 있겠는가. 적들이 말을 타고 마구 짓밟는 날에 담론으로 막겠는가. 붓으로 무찌르겠는가"

"경들은 이 적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 병력으로 추호라도 막을 수 있다 보는가? 우리 백성 마음이 본래 견고하지 못하고 군병은 훈련되지 않아 하루아침에 몰고 들어가면 전쟁에 도움이 못 된다는 걸 전했다.그런데 경들은 내 뜻은 헤아리지 않고 막으려고만 한다. 무슨 어긋난 점이 있다고 끝내 내 말을 이행하지 않는단 말인가. 통탄스럽다"

"(우리 형세를 걱정한 후) 내가 이 점이 두려워 밤낮으로 답답해 마음의 병이 더욱 심해져 미친병을 앓는 듯 했다....대국 섬기는 성의를 더욱 다해 붙드는 계책과 함께 기세가 왕성한 적을 미봉하는 것이 오늘날 국가를 보전할 수 있는 좋은 계책이다. 그런데 강홍립 가족 구금만 줄곧 문제 삼으니 마음 속으로 웃음만 나온다"

이 말들만 추려보더라도 당시 광해군의 심리를 파헤쳐 볼 수 있다. 광해군이 매우 직선적인 성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의 수위가 매우 높다. 그만큼 대북파 조정 대신들의 명분론에 크게 격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광해군의 외정 능력은 상당히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또 다른 기록들을 보면 명나라와 조선이 후금에 패할 것을 정확하게 분석, 예측하고 있다. 밀에 일어날 호란의 폐해에 대해서도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군병을 보낼 때 경들은 마치 일거에 평정할 것처럼 여겼는데, 병가(兵家)의 일은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명나라가 만약 군병을 진열해 국경을 굳게 지킨다면 마치 호랑이가 산 속에 있는 것같아 적이 날뛴다고 하더라도 감이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은 생각지 않고 가벼이 깊이 들어갔으니 반드시 패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것이 없었다"

이는 광해군이 명나라군과 조선의 원병이 후금을 치러 요동으로 쳐들어갔다가 전멸을 당한 일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광해군은 파병을 주저한 이유와 함께 이미 조명 연합군이 패퇴할 것을 예측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 나라의 병농제(兵農制)는 아직 능숙하지 않은데 하루아침에 오랑캐의 기마(騎馬)들이 깊숙이 쳐들어 온다면 무슨 병력으로 흉악한 예봉을 막을 수 있겠는가. 생각만 해도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적이 침략하면 종사의 위태로움과 백성들이 어육(魚肉) 되는 것은 필시 임진년보다 심할 것이다...산해관 밖의 지역이 이미 오랑캐 손아귀에 들어갔으니, 비록 백만 정예병을 일으키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말들을 분석하면 후금 즉 청나라가 조선에 침략할 경우 조선이 당할 어려움을 생각하고 있다. 향후 일어나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떠올린다면 소름끼칠 정도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 동아시아 최고 이슈메이커. 中 황실 운명 뒤흔든 '광해군 논란'

광해군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사나 '서자'라는 출신 성분이었다. 광해군의 아버지인 선조도 서자출신으로 상당한 서자컴플렉스를 보여온 인물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어쩔 수 없이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했으나 선조는 늘 시큰둥했다. 뒤늦게 적자인 영창군이 탄생하자 더욱 심해졌다. 선조는 아침 문안을 온 광해군을 내쫒으며 "너는 위급한 상황에서 임시로 세자로 봉했을 뿐이다"고 폭탄 발언도 했다. 이 말에 광해군은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었다고 역사서는 기술하고 있다.

광해군이 형인 임해군과 동생이자 선조의 적자인 영창군을 죽이는데 관여된 점도, 왕권강화에 몰두한 이유도 내심 이 서자컴플레스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사학자들이 많다.

이런 광해군의 출신논란은 조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명나라 황실에서도 이 '광해군 논란'으로 크게 휘청였다. 광해군과 조선에서 끝나지 않고 명나라 황실 운명까지 뒤바꿀 수 있는 존재가 됐다. 광해군은 당시 동아시아 최고 이슈메이커였다.

발단은 명나라 황제 만력제(광종)가 장자인 주상락을 뒤로 두고 3남이자 서자인 주상순을 황태자로 올리려는 움직임에서 시작했다. 만력제가 주상순을 너무 사랑해 장자 대신 서자를 황태자로 올리려 하자 明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 이 문제로 명나라 조정은 동림당과 비동림당으로 나뉘어 치열한 당파 싸움을 벌이기에 이른다.

명나라 조정을 발칵 뒤집는데 기름을 부은 사람이 바로 광해군이다. 사태의 민감함에 조심스런 당쟁을 펼쳐온 명나라 조정에 서자이자 차남인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시켜달라는 조선의 주청이 들어오자 결국 표면 위로 폭발했다. 광해군은 명나라 조정의 치열한 당파싸움에 한동안 세자 책봉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결국 명나라 황태자로 장자인 주상락이 올랐으나 광해군은 명나라 황실 다툼에 '원치 않게도' 이슈 중심인물로 서있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보면 명나라 입장에선 광해군의 왕위 계승을 탐탁치 않게 여겼을 터다. 특히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친 광해군이 곱게 보이지 않았을 명나라다. 그런데 역사는 참 아이러니하다. 인조반정이 일어난 후 명나라는 옹립된 인조가 아닌 쫒겨난 광해군을 '적극적으로' 편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뭘까. (②에서 계속)

김형우 cox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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