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아덴만 작전의 성공만 중요한 건 아니죠?

2012. 9. 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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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정환 기자]

▲ KBS < 추적60분 > 의 '저희를 잊지 마세요'편

12일 < 추적60분 > 이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 네 명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기간이 일 년도 아니고 무려 500일이라는 건 한국인이 피랍당한 기록 가운데 최장기 기록에 속한다.

ⓒ KBS

어제 방영된 < 추적 60분 > '저희를 잊지 마세요'는 원래대로라면 지난주에 시청자를 만났어야 한 시사 다큐였다. 그럼에도 방영이 한 주 늦춰졌다. 그간 제미니호 선원 네 명이 피랍된 사태와 관련한 국내 여론의 목소리는 찾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외교통상부의 엠바고에 묶여있었기에 그렇다.

하지만 지난 달 < 시사IN > 이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고,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단이 엠바고를 깨고 제미니호의 피랍 한국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것임을 천명한 후에야 < 추적 60분 > '저희를 잊지 마세요' 편은 간신히 방영될 수 있었다. 만일 엠바고에 대한 해금이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면 시청자는 제미니호 사건이 무언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사실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 네 명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기간이 일 년도 아니고 무려 500일이라는 건 한국인이 피랍당한 기록 가운데 최장기 기록에 속한다. 그럼에도 이를 여론에서 정면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건, 국내 여론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면 정부가 소말리아 해적과의 협상에 있어 불리한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작년 4월 말에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싱가포르 선박 제미니호가 피랍되었다. 싱가포르 선사와 소말리아 해적은 협상금을 지불하고 피랍된 선원을 풀어줄 것을 합의하였다. 하지만 해적은 약속을 어기고 새벽 3시에 돌연 한국 선원 네 명을 해적 선단에 태운 채 소말리아로 돌아감으로 한국인 선원 네 명은 아직까지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음을 이번 < 추적 60분 > 은 재조명하고 있었다.

취재 과정은 꼼꼼했다. 취재진이 직접 케냐까지 가서 해적 전문가에게 견해를 구하는 건 물론이고 소말리아 해적까지 취재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싱가포르 선사의 입장을 인터뷰하는 건 실패했지만, 취재진이 아프리카 현지 취재에 머무르지 않고 싱가포르 선사나 당시 제미니 호에 탑승했던 인도네시아 선원까지 인터뷰하고자 하는 시도는 제미니 호 피랍 사건의 다양한 면을 살피고자 하는 적극적인 시도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제미니 호 한국인 장기 피랍의 일차 책임은 싱가포르 선주에 있지만 해적과의 협상 과정 자체에 대한 인터뷰를 거절한 것이나, 한국 외교통상부 역시 한국인 피랍을 해결하기 위하여 해적과 지금까지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협상하고 있는지에 관하여까지는 밝히지 못한 점은 절반의 성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사살된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인 선원 납치

< 추적 60분 > 제작진이 내린 마지막 결론은 다음과 같다. 작년 초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제미니호에 탑승한 한국인 선원을 상가포르 선사와의 합의를 어기고 납치한 것이라는 결론이다. 한 마디로 아덴만 여명 작전에 사살된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보복'에 의해 발생한 최장기 피랍 사건이라는 견해다.

절반의 성과임에도 이번 < 추적 60분 > 이 남긴 성과는 분명 있다. 우선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외국으로까지 열심히 발품을 팔면서 한국인 피랍에 관해 정교하게 접근하고자 했던 제작진의 '열의'다. 다음으로는 이 사건을 시청자에게 재조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화 < 화려한 휴가 > 에서 박신애(이요원 분)는 광주 시민에게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고 읍소한다. 제미니호 한국인 피랍 사건은 그간 최장기 피랍 사건임에도 엠바고를 이유로 국민에게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소말리아 해적이 찍은 한국인 인질의 영상 속에서 한국인 인질은 이렇게 말한다. '저희를 잊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간 엠바고에 묶여 이 사건 자체가 잊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 시사IN > 등 몇몇 매체의 보도와 < 추적 60분 > 이 TV에서 이 문제를 용감하게 재조명한다는 건, 자칫 잊혀질 뻔했던 우리 국민의 최장기 피랍 사건을 늦었지만 다시금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이 사건을 싱가포르 선사의 협상 결과에만 의존한다는 건 안일한 발상이다. 최장기 한국인 피랍 사태에 관하여 정부가 지금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함을 상기하게 만들어준 다큐멘터리가 이번 < 추적 60분 > 이었다. 아덴만 여명 작전의 성공적인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근 오백여 일 동안 한국인이 인질로 잡혀 있는 제미니호 한국인 인질 사건이 잊혀질 사건으로 가려질 뻔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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