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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분신술의 귀재 '도가니' 장광

입력 2011.10.14. 11:45 수정 2011.10.14. 11:45

[일간스포츠]

< 도가니 > 에서 쌍둥이 교장과 행정실장이 한 화면에 나란히 잡힐 때, 스멀스멀 피어나던 기괴함을 잊지 못한다. 교장과 행정실장으로 1인 2역의 놀라운 분신술을 펼친 배우 장광의 얼굴은 낯설지만, 그의 목소리는 아주 익숙하다. 33년 경력의 베테랑 성우가 충무로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배우로 둔갑했다. 날카롭게 빛나는 눈빛으로, 그가 다시 분신술을 펼칠 채비를 하고 있다.

요즘 < 도가니 > 로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다. 실감하나?

개봉하고 며칠 지났을 때는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연기 잘했다고 칭찬해 주니까 좋았는데, 열흘 정도 지나니까 인화학교 사건이 사회적으로 너무 큰 화제가 돼서 조심스럽다. 인터뷰를 하다가 웃어도 안 될 것 같고. 마음이 무겁다.

30년 넘게 성우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카메라 앞에 선 건 < 도가니 > 가 처음인가?

거의 처음이다. 1998년에 SBS 드라마 < 삼김시대 > 에 전두환으로 출연했고, 그 즈음 어떤 영화에 두 장면 정도 출연한 적이 있다. 워낙 오래 돼서 영화 제목도 기억이 안 나네.(웃음) 그 뒤로 카메라 앞에 선 건 < 도가니 > 가 처음인데, 내가 사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왔다. 이덕화가 동기 동창이다. 졸업하고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다가 1978년에 DBS(동아방송) 성우가 됐다. 그 뒤로 지금까지 목소리 연기를 해왔다.

< 도가니 > 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오디션을 거쳤다. 캐스팅되고 나서 술자리를 하는데 제작사 대표님이 교장과 행정실장, 1인 2역을 누구한테 맡길지 제일 고심했다고 하더라. 나중에 황동혁 감독도 똑같은 말을 했다. 굉장히 큰 역할인데, 교장과 행정실장을 연기하는 배우가 진짜 쌍둥이인지, 한 사람이 1인 2역을 하는 건지 헷갈리게 하려면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써야 해서 고민이 많았다고. 후보만 800명을 만났다고 했다. 영화에서 내가 제일 늦게 캐스팅됐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 본 경험도 별로 없는데 어떻게 이 역에 도전할 생각을 했나? 결코 만만한 역할이 아닌데.

일단 겉모습이 나랑 잘 맞았다. 50대 후반에 머리도 좀 벗겨지고 척 보기에 점잖고 인자하게 생긴 남자 아닌가.(웃음) 인물의 내면에 숨겨진 극악무도한 면을 잘 연기하면 배우로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33년 동안 성우로 활동하면서 굉장히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으니까.

그럼 촬영장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겠다.

어우, 긴장 많이 했다. 한 번은 술자리에서 황동혁 감독이 "처음에 긴장 많이 하셨죠?" 그러기에 "아셨어요?" 그랬더니 "다 알죠"라고 하더라.(웃음)

1인 2역은 어떻게 준비했나?

캐스팅되고 나서 황동혁 감독과 둘이 리딩을 하는데, "교장과 행정실장 캐릭터를 어떻게 잡으셨어요?"라고 묻더라. 그래서 교장은 무게 있고 위엄 있는 캐릭터로 목소리를 좀 깔고, 행정실장은 교장보다 직선적인 성격으로 설정해서 목소리를 좀 질러서 대사를 했더니 그 목소리도 "너무 성우 같다"고 그러는 거다. 그래서 집에서 내 모습을 캠코더로 촬영해 보면서 캐릭터와 목소리를 조절했다. 딸(장윤희)이 많이 도와줬다. 집에서는 '장 PD'라고 부른다.(웃음) 딸은 전직 아나운서였는데, 사람들 웃기는 걸 워낙 좋아해서 작년에 KBS 코미디언이 됐다. 요즘은 < 개그스타 시즌 2 > 에 출연한다. 아내 전성애도 배우고, 아들 장영도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요즘 독립 영화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어떤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나?

내가 나온 장면 중에서? 역시 화장실에서 내려다보는 장면. 그건 내가 봐도 징그럽더라고. 하하하하하. 인화학교 관련 뉴스에는 연두(김현수)에게 수화로 "너 어디 가서 이 얘기하면 죽인다"고 얘기하면서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보다는 화장실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이 더 섬뜩한 것 같다. 연극배우들이 카메라 앞에 서면 대부분 연기를 굉장히 과장해서 하는데, 나는 그러지 않아서 안심이 됐다고 황동혁 감독이 그러더라.

연극영화과를 나왔는데 왜 계속 연기하지 않고, 성우가 됐나?

대학에서 연극하면서 선배들한테 칭찬 많이 받았다. 졸업하고 대학로에서 연극할 때도 곧장 주인공을 맡을 정도로 인정받았다. 그때 같이 연극했던 선배 중에 성우가 몇 명 있었는데, 대사 하는 게 다르더라. 그걸 배우고 싶었다. 성우가 되겠다고 하니까 정진 선배가 그렇게 말렸다. 그 때 내가 스물여섯 살이었는데 "너 연기 계속해라. 네 나이에 주인공 할 만한 사람 많지 않다"라고 하면서. 처음에는 2~3년만 하다가 다시 연극판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결혼하고 하다 보니 그게 그렇게 되나. 당시만 해도 성우 2~3년 해 가지고는 '지나가는 남자 1, 2' 같은 배역밖에 못했다. 그래도 연기의 끈은 놓고 싶지 않아서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작은 역할로라도 대학로 무대에 섰다.

성우가 된 걸 후회하나?

후회 안 한다. 성우로도 인정받았으니까. 처음에는 연극 발성 때문에 애를 먹었다. 옛날에는 대극장이나 중극장에서 연극을 했기 때문에 발성을 크게 했거든. 그 톤으로 목소리 연기를 하니까 다른 성우들보다 소리가 클 수밖에. 1980년에 DBS가 KBS로 통합됐을 때 결혼을 했는데 방송국 체계가 달라져서 석 달 간 일이 없었다. 그러다 겨우 배역을 하나 맡았는데, 대사가 딱 세 마디 있는 다방 주방장 역이었다. 대사를 보니까 사투리가 섞여 있기에 PD님한테 "사투리 써도 되냐?"고 물었더니 "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보라"고 그러더라. 그래서 그걸 죽어라 연습해서 자신 있게 했더니 그 다음부터 역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목소리 연기하면서 가장 애착을 느꼈던 캐릭터는 뭔가?

< 라이온 킹 > 시리즈에서 티몬을 연기할 때 재미있었다. < 배트맨 2 > (1992)에서 펭귄맨(대니 드 비토)을 했는데, 그 역할이 묘하잖나. 외화 더빙할 때 PD들이 나한테 주로 어려운 역할을 많이 줬다. 그래서 게리 올드먼 역할은 거의 다 했다. < 드라큐라 > (1993)의 드라큐라, < 레옹 > (1995)의 악역 스탠스, < 에어 포스 원 > (1997)의 납치범 발레라 등등. 알려지기는 < 슈렉 > 시리즈의 슈렉이 제일 많이 알려졌지. TV 애니메이션 < 나루토 > (투니버스) 시리즈에서 지라이아 목소리도 내가 했다.

< 도가니 > 의 묘한 연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었군! 차기작은 정해졌나?

엊그제 정병길 감독, 정재영 주연의 < 내가 살인범이다 > 대본 연습하고 왔다. < 도가니 > 가 개봉하기 전에 캐스팅됐는데, 감독님이 < 도가니 > 를 보고 좀 더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겨 주셨다.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국 국장 역이다. 뉴스거리를 찾기 위해 PD와 작가를 다그치는 인물이다. 아주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무비위크 장성란 기자 | 사진 황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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