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날개짓 '칸'에 닿다..영화 '박쥐' 주연 송강호·김옥빈

글 백승찬·사진 김정근기자 2009. 4. 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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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전면 노출 베드신 장면, 작품 위해 꼭 필요했다"김옥빈 "하고 싶은 배역 했을 뿐, 센 역할이라 생각 안해"

"나는 부끄러움 타는 사람 아니에요."

4월30일 개봉한 영화 < 박쥐 > (감독 박찬욱) 속 태주(김옥빈)의 대사다. 태주는 이렇게 말하면서 뱀파이어가 된 사제 상현(송강호)을 유혹한다. 하지만 김옥빈(22)은 부끄러움이 많다. 아직도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면 어색하기만 하단다.

송강호(42) 역시 보기와는 달리 내성적이라는 주장이다. "혼자 있을 땐 말 한마디 안해요.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게 쉬는 거예요. 그런 성격이 카메라 앞에서 더 분출하는 것 같아요."

어두침침한 카페의 불빛 아래서 만났기 때문일까, 음침하고 폭력적인 < 박쥐 > 의 이미지 때문일까. 가끔 터뜨리는 웃음 소리를 제외하면 송강호는 평소보다 낮고 진지한 말투였고, 김옥빈은 반쯤 잠에 취한 듯 목소리 끝이 감겨드는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 박쥐 > 는 13일 개막하는 제6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송강호는 2006년 < 괴물 > 에서 시작해 < 밀양 >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을 거치며 4년 연속 칸에 초청받은 셈이다. 한국 최고의 감독들이 송강호를 기용하는지, 송강호가 출연하면 최고의 영화가 되는 것인지, '닭과 달걀' 같은 얘기다.

"연기하다보면 언젠간 갈 수도 있겠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레드 카펫에서 플래시 터지면 숨고 싶을 것 같아요."(김옥빈)

"우헤헤(특유의 웃음으로). 그럴 땐 내가 여기서 최고다 그렇게 생각하고 손 흔드는 거야. 거기 사람들도 다 그렇게 대우해주고."(송강호)

부끄러움 타는 사람들끼리 격렬한 베드신도 찍었다. 말이 베드신이지만 박찬욱 감독은 알콩달콩, 말랑말랑한 장면을 원치 않았다. 사랑을 할 때는 물어뜯어 상처내더니, 나중엔 옥상에서 거꾸로 던져버리기도 한다.

"남자 배우든, 여자 배우든 베드신이 쉬운 일은 아니죠. 그 장면이 중요하고 모든 스태프가 기다리기 때문에 힘들어도 대단한 정신력이 필요하죠. 전면 노출 장면은 시나리오가 완성됐을 때부터 감독과 죽 얘기해왔어요. 가장 강렬하면서도 정확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송강호)

김옥빈(왼쪽), 송강호."(옥상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위해) 거꾸로 매달렸어요. 와이어에 발목이 묶인 채 공중으로 끌려 올라가는데…. 아무런 정신이 없어요. 연기를 하긴 해야겠고…. 엔지가 났는데 내려주지도 않아요. 계속 매달려 있었죠."(김옥빈)

< 박쥐 > 는 뱀파이어 영화지만 또한 종교 영화이기도 하다. 뒤늦게 인간적 욕망에 눈을 뜬 사제의 고뇌가 주요 테마다. 두 배우 모두 종교는 없다. 송강호는 "제도화된 종교를 믿고 있었다면 오히려 사고가 경직돼 연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 공동경비구역 JSA > 출연 당시부터 훗날 < 박쥐 > 로 발전한 박찬욱 감독의 뱀파이어 영화에 출연하기로 약속해둔 상태였다. 김옥빈은 지난해 12월29일, 자신의 생일에 연기 인생의 전기가 될 < 박쥐 > 캐스팅을 확정지었다.

"옥빈씨를 잘 몰랐죠. 확정됐다는 소식에 검색부터 해봤어요. 그리고 < 다세포소녀 > 를 빌려봤는데 중성적이기도 하고 여성적이기도 한 묘한 매력이 있었어요. 극중 태주는 감정의 진폭이 심해 상식에 갇혀있는 배우가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역이에요. 옥빈씨처럼 틀에 갇혀있지 않고 자유로워야 장점을 살릴 수 있어요."(송강호)

"(송강호는) 말이 필요 없는 배우잖아요. 만나기 전에 온갖 상상을 다했는데, 막상 만나니 그가 가진 기운이 너무 세서 할 말이 없더라고요."(김옥빈)

멋진 외모를 가진 20대 초반의 김옥빈은 또래 여배우가 걸어가는 안정적인 선택을 일부러 회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데뷔작 < 여고괴담4: 목소리 > 부터 < 다세포소녀 > < 1724 기방난동사건 > 을 거쳐 < 박쥐 > 까지 평범한 배역이 하나도 없다. 김옥빈은 "그 역들이 세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정해놓지 않은 채 하고 싶은 역을 하다보니 그런 역을 맡았다"고 말했다.

보름쯤 후면 내면의 어두움, 수줍음을 모두 숨긴 채, 프랑스 해안 휴양도시에 깔린 레드 카펫 위에서 별빛보다 밝은 플래시에 미소짓는 두 배우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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