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의 바지, 강아지급 언론..쇼·쇼·쇼 한마당

2008. 1. 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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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취재수첩

김용호 기자·문화부

'남자는 바지를 내려야 할 때와 다시 입어야 할 때를 잘 알아야 한다'는 미국 격언이 있다. 공감할만한 얘기다. 그런데 수백명이 보는 앞에서 바지를 내린다면 어떨까. 경범죄로 벌금을 물어야 할 것이다.

25일 가수 나훈아(61)가 500여명의 기자들 앞에서 바지를 내리려고 한 해외토픽감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끝까지 내리진 않았으니 경범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가수는 온갖 루머에 휩싸인 자신의 결백을 바지를 벗어 보임으로써 증명하려고 했다.

이 루머와 관련된 두 명의 여배우가 해명하고, 경찰이 내사까지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이어져온소문은 이날 나훈아의 과감한 행동 덕에 헛소문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려고 한다.

올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로 지명된 폴 토머스 앤더슨(38)의 출세작 '부기 나이츠'가 그랬다. 늘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주인공이 바지를 내리는 선택으로 확실히 마무리했다.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고의 엔딩으로 추앙받는 장면이다. 이날 나훈아의 행동도 대한민국 연예 역사상 전례 없는 퍼포먼스로 후세에 길이 기억될 것이다.

영화 '해리포터'시리즈의 주인공 대니얼 래드클리프(19)는 아역에서 성인으로 커리어 전환을 위해 바지를 내린 적이 있다. 나훈아도 바지춤을 풀러 자신의 커리어, 즉 국내 연예계에서의 확고한 카리스마와 영향력을 재확인했다.

이날 나훈아는 과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만한 배짱이 있는 연예인다웠다. 호기를 과시했다. 비굴하게 루머에 일일이 해명하지 않았다. 해명의 원칙은 의혹에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나훈아는 '왜 언론이 가만 있는 나를 갖고 이렇게 굴었나'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예언론의 속성을 비판했다.

자신에게 집중된 의혹을 떨쳐내기 위해 다른 쪽에 의혹을 갖다 붙인 셈이다. 앞으로 대중은 '나훈아 소문'의 실체 대신 '왜 이런 소문이 돌았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나훈아가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를 포착, 부풀린 언론을 철저히 불신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지를 내리는 퍼포먼스로 충격 효과를 줬다. 의혹에서 의혹이 이어지는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 대중의 관심을 연장시키는 한편, 상황이 재설정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나훈아는 카리스마를 분출했고, 대중은 놀랐으며, 언론은 '개새끼'가 됐다. 나훈아는 "내가 남의 여자를 탐했다면 개새끼"라고 했다. 이는 사실상 이를 보도한 언론을 향한 일갈이었다.

이날 나훈아의 기자회견은 한바탕 '쇼'처럼 보였다. 아무런 증거도 없고 증명도 없었다. 그저 나훈아의 주장만 있었다. 그동안 언론이 나훈아를 놓고 쇼를 벌였다면, 나훈아도 쇼로 보답한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엔터테인먼트였다. 미디어가 대중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했고, 나훈아도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한 것이다. 어느 연예케이블 방송은 이 '쇼'를 당연히 생중계했다. 그리고, 수천개의 관련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y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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