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용 '비' 어천가의 폐해

2008. 1. 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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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기자수첩

김용호·문화부

가수 비(26)는 인터넷상에서 '언론플레이의 황제'로 불린다. 자의든 타의든 언론을 이용하는 데 능수능란하다는 평가다. 국내매체는 물론 권위 있는 해외 유력언론까지 '비 신화'를 만드는 데 한 몫 단단히 했다. 미디어는 그에게 '월드스타'라는 닉네임을 선물했다. 비 스스로는 이 칭호를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일부 매스컴이 알아서 모셨다는 해석이다.

강수연(42) 등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배우들에게 '월드스타'라는 칭호가 부여됐다. 동남아시아에서의 인기 만큼은 틀림없는 비가 왜 '월드스타'로까지 격상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도 비 소식 앞에는 여전히 '월드스타'가 접두사처럼 자동으로 붙는다. 세계적 스타를 간절히 원하는 한국인들의 소망 발현일 수 있다.

최근 경제지 '포브스'가 세계를 주도할 20대 트렌드로 한국대중음악(K팝)을 지목하며 비의 사진을 게재,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 보도에는 이미 유행이 한참 지난 일본 하라주쿠 거리 등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많았다. 한국가수로 은지원(30)을 언급한 것도 의문이다.

여하튼 이 기사는 '월드투어' 무산 이후 위축된 비에게 회생 가능성을 열어줬다. 과거 주간 '타임'100대 스타에 이어 비의 팬들이 수없이 우려먹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권위가 생성된 셈이다. 마케팅 도구로 제 격이다. 칭찬을 받으면 현실을 잠시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업계는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포브스의 상찬 덕 혹은 탓에 세계를 주도하는 트렌드가 되고말았다.

좋은 일은 대대적으로 띄우고, 부정적인 구석은 최대한 숨기는 것이 매스컴플레이의 기본이다. 혹 감추지 못했다면 다른 권위를 빌어 희석, '물타기'를 해야 한다. 옛날 비 뉴욕공연에 대한 타임의 혹평이 국내에 전해지자 비 측은 "기사를 쓴 타임지 기자가 사과했다"는 등 확인할 수 없는 말을 흘려 내수시장을 달랬다.

엊그제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제가 파문으로 여론이 불리해지자 충남 태안 봉사활동 뉴스로 무승부를 이뤄냈다. 중국에서 광고모델 계약을 하고, 소속사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나눠줬다고 알리며 비가 통이 크다는 인상을 심고자 애썼다.

모피 옷을 입은 비가 외국에서 비난받고, 지난해 말에는 싱가포르에서 여성의 가슴이 그려진 T셔츠 차림으로 빈축을 샀다는 사실은 국내에 전해지지 않았다. 비의 앨범이 일본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고 있고, 미국에서는 음반 한 장 출시하지 못했다는 팩트도 팬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영어를 못해 홍콩 공연 도중 망신을 당해도 비의 팬들은 현지언론의 '질투'쯤으로 여긴다. 거두절미, 취사선택에 충실한 일부 팬들은 이처럼 비가 '월드스타'타이틀을 지키는 데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풍은 속성상 한 없이 부풀게 마련이다. 어느덧 비라는 스타는 제 2,3의 허풍을 터뜨려야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처럼 돼버렸다.

비의 다음번 언론플레이 대상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영화 '스피드 레이서'에 캐스팅된 것을 놓고셀 수 없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매년 할리우드 영화에 공략 당해온 대중은 국산스타가 그 안에 있다는 사실에서 자부심을 얻으려 한다.

물론 비 출연은 할리우드 마케팅 법칙에 따른 것일 뿐이다. 영화시장을 효율적으로 파고들고자 현지 배우를 끼워줬을 따름이다.

넥스트 '스피드 레이서'에서는 주연을 꿰찬다는 뉴스도 보인다. 그런데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와중에 할리우드 작가조합 파업이 비의 현지 영화 출연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는 '보도'마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일정 부분 제작 지연 사유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이번 파업과 할리우드의 비 캐스팅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거의 없다. 중국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영국 런던에 비가 내린다는 '나비효과'를 원용하다면 상관이 있을 지도 모른다. y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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