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인정하는 '문화'-모르쇠 '연예'

2008. 1. 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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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기자수첩

김용호·문화부

○‥지난달 소설 '경성애사'가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몇몇 문장과 표현이 비슷했다. KBS 2TV 드라마 '경성스캔들'도 옮겨져 인기를 모은 소설이다.

'경성애사'를 출판한 학산문화사 계열 '여우비'에 표절 여부를 확인했다. 최초의 언론 접근이었다. 법적 판단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변명하지 않았다. "용서를 구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이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겠다"고 했다. 이어 재출간한 '경성애사'를 서점에서 전량 회수, 폐기 조치했다. 작가 이선미씨 역시 "조정래 선생님을 비롯해 심려를 끼친 여러분께 사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머리를 숙였다.

표절을 비난하던 독자들도 이처럼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양심적으로 수습해서 다행이다", "얼렁뚱땅 넘기는 사람이 많은데 뒷마무리가 확실해서 좋다"는 의견이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많이 올라왔다. 원작자 조정래씨도 법적으로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출판사 측이 백배 사죄하는 등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연말 '가요대제전'에서 일본그룹 '스마프'의 콘서트 영상을 무단 도용했다고 지적 받은 MBC는 "표절이 아니라 패러디일 뿐"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패러디를 할 때는 오리지널 제작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 또 3시간 공연 중 고작 1분 남짓한 영상일 뿐이지 않는가"라며 여전히 당당하기만 하다. 사과를 기대했던 시청자가 MBC를 성토할 수 밖에 없는 자세다.

표절시비에 휩싸였던 예능 프로그램은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방송사는 매번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시청자들은 한국 방송사의 일본 프로그램 따라하기를 '고질병'으로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을 표절하면 실패했을 때 책임 지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한국은 표절을 그만두지 않는다"는 일본 네티즌의 비판에 대꾸할 수 없을 상황이다.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표절 동영상 파문'이 일어났을 때 단 한 팀도 반성하지 않았다. "샘플링 했을 뿐"이라는 등 나름대로 토를 달며 억울하다고 하소연만 했을 따름이다. 표절이 확실한 가수조차 함구로 일관했다. 세월은 약, 가요팬의 망각만 기다렸다.

물론 착각이다. 불황의 한국 가요계를 바라보는 대중의 싸늘한 시선은 이들 반성할 줄 모르는 가수를 향한 냉소일 수 있다. 연말 콘서트 무대 도용 문제를 놓고 가수들이 대립하면서 폭로 공방 중이다. 그나마 살아있던 가요 콘서트 시장에 찬물을 쏟는 꼴이다.

○‥지난해 '표절가요 동영상'을 발굴, 보도한 이래 FT아일랜드, 이민우, 아이비, 박진영, 빅뱅 등 가수들과 이번 '경성애사' 표절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 했다.

"표절에 너무 예민한 것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민감한 것이 상식이다. 지식 절도행위인 표절을 못 본 척 넘긴다면 언론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y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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