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피언스, 임진각에서 한반도 통일 기원

2007. 10. 2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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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공연차 도착 직후 도라전망대 등 방문

(파주=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동구권에서 공산주의가 몰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1989년. 세계의 이목은 옛 소련의 수도인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록그룹의 공연에 쏠렸다.

주인공은 독일 출신 5인조 밴드 스코피언스(Scorpions)였다. 이들은 옛 소련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은 감격적인 공연을 펼쳐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공연에서 영감을 받아 1990년 이들이 만든 노래가 '윈드 오브 체인지(Wind Of Change)'다. 이들은 10년 후 1999년에는 베를린 장벽 붕괴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다시 이 노래를 불렀다. 수만 명의 시민은 이 노래처럼 '변화의 바람'이 이끌어낸 현실에 감격했다.

서정적인 록 발라드를 비롯해 냉전과 분단의 아픔을 노래해 온 스코피언스가 이번에는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의 상징 앞에 섰다. 한반도 분단의 현실인 비무장지대(DMZ) 부근을 직접 돌아봤다.

6년 만의 내한 공연을 위해 24일 한국을 찾은 스코피언스는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근처의 분단 현장인 도라전망대와 자유의 다리를 찾아 한반도의 통일과 한민족의 화합을 기원했다.

오후 1시45분께 BMW 승용차 4대에 나눠탄 스코피언스 멤버 4명(드러머 제임스 코탁은 이날 오후 한국 도착 예정)은 수차례의 검문을 통과한 끝에 도라전망대에 도착했다.

멤버들은 개성시내와 송악산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대에서 안내를 맡은 현지 UN장교의 설명을 들으며 한국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클라우스 마이네(보컬)는 "판문점이 어디에 있느냐" "이곳 군인들은 전투에 참여할 수 있나"며 잇따라 질문하며 한국의 분단 상황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방북 때 거쳐간 개성-문산간 도로를 가리키며 "언젠가는 이곳을 통해 남북이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북쪽 모습을 자세히 보고 싶다며 망원경을 달라고 했다.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렌즈에 비친 마을 등에 대해 큰 궁금증을 보였다.

마티야스 얍스(기타)도 "공연을 하며 전 세계 많은 나라의 국경을 가봤는데 이곳에서도 조만간 남북한 사람들이 오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부른 '윈드 오브 체인지'가 분단 상황에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시간 가량 도라전망대에 머무른 이들은 곧이어 임진각으로 이동했다. 임진각 앞에 세워진 '평화의 종각'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며 인근 자유의 다리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이들은 "우리도 그곳에 가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후 자유의 다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이네는 자유의 다리에서 자필로 통일을 기원하는 글을 남겼다. 방문객들이 남긴 메시지 사이에 '피스(Peace)'를 직접 쓴 후 멤버들이 서명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그는 "남북한의 통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이뤄질 수 있다"며 "언젠가는 남북의 경계가 모두 사라져서 남북의 가족들이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당초 제3땅굴과 판문점 방문은 공연기획사의 준비 소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들은 26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체육관과 28일 오후 7시 부산 경성대학교 특설무대에서 두 차례 공연을 펼친다. 공연은 최근 정규 음반 '휴머니티-아워 아이(Humanity-Hour I)'를 낸 뒤 펼치는 월드 투어의 일환이다.

1972년 데뷔한 스코피언스는 20여 장의 음반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7천만 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올웨이스 섬웨어(Always Somewhere)' '홀리데이(Holiday)' '스틸 러빙 유(Still Loving You)' '윈드 오브 체인지' '유 앤드 아이(You And I)' 등 서정적인 발라드로 폭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cool@yna.co.kr

(영상취재, 편집 :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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