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의 연예인, '원더걸스' 아닌 '언더걸스'에요

2007. 6.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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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경이 기자] 무명의 신인 개그맨들이 모인 공연은 어떨까? 한 재연배우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에 음지에서 고생하는 연예인들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 편당 수억원, 드라마 회당 수천만원, 예능프로 회당 수백만원씩 고액 개런티를 챙기는 스타들도 있지만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연예인 수는 바닷가 모래알처럼 많다. 드라마 속 엑스트라, 대학로 소극장에서 새우깡에 소주 잔 기울이며 깡으로 연기하는 무명 배우들의 애환을 현장에서 들었다.

먼저 대학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혜화역 1번 출구에 들어서자마자 개그콘서트를 보러 오라는 열띤 목소리들이 귀를 때렸다. 볼까 말까를 고민하는 찰라, "재미없으면 돈 내지 마세요" "후불제입니다" 라는 호기 어린 목소리가 기자를 혹하게 했다. 뭐 진짜 재미없으면 돈 안내면 되지 하면서 들어선 공연장.

드디어 시작이다. 어디 한번 얼마나 웃기나 보자. 그런데 어느새 그들의 웃음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자연스럽게 개그에 몰입했다. 관객들은 무대의 움직에 따라 함께 웃음을 터트리며 즐기는 분위기. 신인 개그맨들이라 공연 중간중간 대사를 조금씩 버벅대고 개그맨 본인이 실소를 가끔 터트렸지만 차라리 애교스럽다.

그래서 100여석 조금 넘는 소극장을 찾은 30여명 관객들은 응원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있었다. '웃찾사'나 '개그콘서트' '개그야' 같은 큰 공개방송의 공연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배우들에 대한 더 따뜻한 배려와 격려였다.

오호라, 첫 무대를 장식한 팀이 눈에 들어온다. 이른바 '언더걸스(Under girls)'다. 최근 가요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신인 '원더걸스'와 유사한 점은 무엇일까. 단 하나도 없었다. 배경음악으로 '원더걸스'의 'Irony'가 흘러나오면서 그들이 개그를 한다는 것밖에는.

귀엽고 깜찍한 '원더걸스'에 비해 '언더걸스'는 외모로 비교하기 힘든 3인조 여성그룹이다. 하지만 웃음만은 핵폭탄 수준으로 터뜨렸다. 3인조의 캐릭터는 각각 (먼)지나, (성형)티나, (먹을거)내놔 였다. 극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꼬집기를 위트있는 풍자로 풀어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대스타가 되어버린 배테랑 유명개그맨에게서 느낄 수 없는 신인의 열정과 풋풋함이 있었다.

기자는 공연이 끝난 후 '언더걸스'를 취재했다. 그들의 개그에 대한 열정과 고민은 어느 정도일까. (성형)티나 캐릭터를 맡은 허안나(24)씨는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개그가 너무 좋아서 무작정 이 세계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또 '언더걸스' 중에서 '언더걸스 코디'역을 맡은 박혜원(26)씨는 작가를 3년 하다가 개그맨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고 이 길로 뛰어들었다.

혜원씨는 "원래 코미디를 하고 싶어서 한 것이고 꿈을 이룬 것뿐인데, 주위 사람들이 왜 개그를 하냐고 할 때는 벽에 부딪친다. 개그맨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고 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성형)티나 역을 맡은 권수연(24)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힘든지 모르고 하고 있다. 하지만 집안이 매우 엄격해서 이렇게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공연은 끝났다. 관람객들은 하나 둘씩 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만족하는 만큼 공연료를 내거나 아니면 그 이상의 기꺼운 마음으로 봉투를 채웠을 것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 커플들은 웃음에 비례하는 액수를 내지 못하고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날 '새싹 개그맨'들이 주는 웃음은 분명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이 묻어있는 웃음이었다.

컬투 패밀리 '새싹 발표회' 공연 관계자 이정필 씨는 "새싹 발표회를 하는 것은 공개 코미디를 활성화하자는 취지가 있다"며 "신인들이 공연을 꾸준히 올리다 보면 연기력과 재능이 길러지고 관객과 호응하는 접점이 더 많아진다"고 전했다.

또 무명개그맨의 열악한 공연 환경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개런티를 따로 줄 수는 없지만 그들이 마음껏 끼를 펼치고 공연을 하도록 공연장 및 식비를 포함한 기본적인 지원은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무명의 '새싹 개그맨'들이 대학로 지하실의 몇 평 안 되는 공연장에서 그들의 꿈을 펼치며 제2의 마빡이, 김기사, 사모님, 죄민수로 더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더 큰 웃음을 전하는 날을 기대한다. 그들의 노력의 시간이 헛되지 않고 날개를 달고 비상하길 바라며 공연장을 빠져 나왔다.

crysta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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