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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지영 재기시킨 작곡가 박근태

입력 2006. 05. 27. 02:48 수정 2006. 05. 27.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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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로 영역 확장…음악인생 2막 시작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손님들이 백지영의 '사랑안해'를 한번씩은 꼭 부릅니다."(신촌 노래방 주인 최태완 씨)

"저나 친구들 휴대폰 벨소리ㆍ통화연결음(일명 컬러링)은 모두 백지영의 '사랑안해'예요."(대학생 이미선 씨)

요즘 가요계 화두는 2000년 'B양 비디오 사건'의 주인공에서 발라드 가수로 재기한 백지영(30)이다.

'이제 다시 사랑안해/말하는 난 너와 같은 사람/다시 만날 수가 없어서 사랑할 수 없어서~.'

백지영의 허스키한 음색, 슬픈 멜로디, 대중의 가슴을 후비는 가사로 온-오프라인에서 히트한 노래 '사랑안해'가 6년간의 굴레에서 백지영을 벗어나게 했다.

단연 대중과 음악업계는 노래를 쓴 작곡가 박근태(34)를 새로이 주목하고 있다. 음반제작자들은 "구관이 명관"이라거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들 한다. 일부는 음반 발매 일정을 늦출 테니 곡만 달라는 제작자도 있다.

25일 오후 7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화제의 인물, 박근태를 만났다.

◇백지영의 진실된 모습 알리고 싶어

박근태가 '사랑안해'를 작곡한 건 지난해 7월. 백지영은 그에게 장르 주문도 없이 "좋은 곡 써주세요"라고만 했다.

보통 노래를 의뢰받을 때 가수의 이미지, 무대 위의 모습, 음색 등을 연상하며 밑그림을 그리는 박근태는 이번에도 백지영을 생각하며 악상을 떠올렸다.

"백지영은 대중에게 철저히 무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섹시 댄스만 추던 그는 섹스 스캔들로 동정표조차 받지 못했지요.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진실된 모습을 보여줘 그에 대한 편견을 180도 바꾸고 싶었습니다."

작곡가 스스로도 무관심한 가수의 무관심한 곡을 써서 실패할 때처럼 실망스러울 때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댄스 퀸' 백지영에게 발라드를 안겼다. 댄스, 발라드 모두 '리스크'가 있다면 차라리 발라드로 전환해 도전을 시켜보겠다고 판단했다.

"그간 심한 박탈감을 느꼈던 백지영과의 작업은 힘든 과정이었어요. 백지영은 노래에 대한 호응이 크자 '감회가 새롭다'고 하더군요. 그의 매력은 웃는 모습이에요. 행복한 음악을 추구하는 다재다능한 가수가 되길 바라요. 이제 스스로 진화해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기회가 되면 돕고 싶고요."

'사랑안해'의 작사는 광고 및 뮤직비디오 연출로 유명한 차은택 감독이 직접 썼다. 평소 대본을 즐겨 쓰던 차 감독은 데모 음악을 들은 후 "근태 씨, 내가 한번 써볼게"라고 의욕을 보였다. 차 감독은 박근태에게 노랫말을 전달한 후 마치 데뷔전을 치르듯 수차례 '어떻냐' '괜찮냐'고 물어왔다고 한다.

◇제작자한테 외면받는 무명에서 사단 이뤄

1992년 대학에서 제어계측을 전공하던 시절, 가수 박준하의 음반에 참여하며 프로 데뷔전을 치른 박근태. 15년째 200곡이 채 안되는 곡을 썼다는 그의 디스코그래피(Discography:작곡가, 연주가별 취입 레코드 일람표)는 반짝반짝 윤이 난다.

룰라의 '100일째 만남', 김부용의 '풍요 속의 빈곤', 젝스키스의 '폼생폼사',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말 사랑했을까' 등에서 최근작인 조PD의 '친구여', 쥬얼리의 '슈퍼스타', SG워너비의 '타임리스'까지. 댄스와 발라드, 장르의 경계가 없다.

광고음악계에서도 재능을 발휘했다. 이효리-에릭의 삼성 애니콜 광고음악인 '애니모션'과 '애니클럽', 성시경이 부른 라네즈의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체리필터가 부른 코카콜라 '파도 편'의 '느껴봐', 신승훈이 부른 라네즈의 '그대여서 고마워요'가 대표작.

최근엔 휘성과 박정현이 각각 불러 화제가 된 필 콜린스의 히트곡 '어게인스트 올 오즈(Against All Odds)'를 리메이크한 투싼 광고음악 프로듀싱도 그의 작품이다.

"광고음악은 제게 로망이었어요. 어린 시절 광고음악 편집실에 놀러갔는데 흥미가 느껴졌어요. 광고와 음악의 상업적인 접점이 매력이었죠."

지금은 가수 김정민과 개그맨 박명수, 지상렬, 김현철의 프로젝트 팀 '폼생폼4'의 싱글 작업을 마치고 박정아, 양파 등 가수와 장진 감독의 영화 '거룩한 계보'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박근태가 작곡가의 길을 걸은 건 자연스러웠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던 중, 우연히 곡 작업을 했는데 능력의 한계를 느껴 기타를 집어던지고 오선지에 몰두했다.

20대 초반 데모 음악을 각 음반제작사에 돌렸지만 무반응. 막노동, 서빙, 편의점 점원 등 남들이 해본 건 다해봤단다. 신인가요제 대상 출신 가수의 백밴드로 잠시 활동할 때 만난 박준하의 음반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작곡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은 7명의 신인 작곡가를 거느린 '박근태 사단'을 이뤘다.

"작곡가의 보람이요? 누가 제 노래를 듣고 그가 처한 상황의 해법을 찾았다고 할 때죠.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든 직업이에요. 다양한 장르를 건드리는 재미, 전 즐기면서 합니다."

◇내 음악 보호하고 싶어 제작자로 나서

그는 요즘 음악가에서 비즈니스맨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음악인생 2막을 연 것이다. 2년 전 음반제작자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 지난해 5월 크리에이티브그룹 오렌지쇼크를 설립하고 대표 명함을 팠다.

가수 휘성을 영입했고 오렌지쇼크 산하 레이블 리얼슬로(Real Slow)도 만들었다. 앞으로 제작할 신인도 이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매한다.

"'제작자로서의 길을 한번 걸어볼까'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제 음악을 보호할 힘을 갖고, 앞으로 펼쳐질 음악 콘텐츠에 투자해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당분간 그 중심에는 휘성이 있다. 다른 가수의 영입 계획도 있다. 자신은 물론 소속 가수의 작곡 및 프로듀서로서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싶다고 한다.

작곡가 사이에서 대표 주당으로 꼽히던 그는 "일주일 전부터 금주를 했다"면서 그 이유를 "이제 여러 일을 해야 하니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내게서 나오는 능력을 제작자가 됐다고 해서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작곡가로서의 작업은 음반, 영화와 광고음악 등 가리지 않고 계속될 것입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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