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2004. 12. 18.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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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서은희 기자]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가? 믿지 않는다면 <폴라 익스프레스>를 타라. 티켓은 필요 없다. 양쪽 주머니를 뒤지면 자동으로 나올 것이다.

폴라 익스프레스호는 북극으로 가는 기차다. 기차를 타고 북극에 가다니! 게다가 목적은 크리스마스 전에 산타를 만나는 것이다. 이런 황당무계한 스토리가 있나?! 그런데 경적을 울리는 폴라 익스프레스호가 버젓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오프닝부터 끝까지 영화는 상상력으로 차려놓은 진수성찬이다. 상상력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도대체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의 한 장면 ⓒ2004 워너브라더스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 세계는 너무 아름답다. 그야말로 꿈과 환상이 가득한 모험의 세계다. 귀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너무 아름답기도 하다.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은하철도 999>를 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깜깜한 밤을 홀로 달리는 야간 열차. 긴 열차의 칸칸마다 노랑색 불빛이 들어오고 기차가 경적을 울리기 시작하면 괜스레 맘이 설렌다. 봄 소풍 전날 밤 흥분해 잠을 못 이루는 아이들처럼 영화가 시작되자 꿈에 부푼다.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비주얼은 보는 이의 이런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100% 만족시켜준다. 비록 메텔은 아니지만 엉뚱하면서도 친절해 보이는 톰 행크스표 차장이 이 여행의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산타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아이들을 태운 폴라 익스프레스호는 갖은 역경을 뚫고 북극을 향한다. 그런데 이 여정이 평탄치가 않다. 거대한 빙판이 깨져 차가운 얼음물에 빠질 뻔 하는가 하면 철로를 이탈해 빙판에서 미끄러지기도 한다.

하늘 끝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저 먼 땅 끝까지 꺼지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파른 언덕을 오르기도 하고 고개를 돌고 돌고 돌아 산을 넘기도 한다. 마치 환상과 모험이 가득한 놀이공원에 와있는 듯하다. 롤러코스트를 타고 같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아" "오오" "우우" 조그만 탄성이 절로 나온다.

▲ "은하철도 999"를 연상케 하는 폴라 익스프레스호 ⓒ2004 워너브라더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지만 퍼포먼스 캡쳐를 이용해 실사와 흡사한 느낌을 준다. 표정 하나 하나 움직임 하나 하나가 정말 실감난다. 1인 5역을 소화한 톰 행크스의 연기는 역시 애니메이션에서도 수준급이다.

의심 많지만 순수한 꼬마 주인공, 가장 톰 행크스다운 차장역. 그 외 꼬마의 아빠와 산타. 그리고 떠돌이 요정을 연기했다. 물론 이 요정이란 존재는 기존의 요정의 틀을 깨는 아주 특별한 존재다. 꾸리꾸리한 의상에 걸쭉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그는 주인공이 어려운 순간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그를 도와준다. 마법의 빨간 손이다.

북극에 도착하면 작은 요정들이 모여 있다.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준비하고 포장한다. 전천후 멀티 자동화 시스템이다. 커다란 빨강 자루에 선물을 담아서 마차에 싣는다. 아, 선물이 하늘 가득 쌓여있는 모습이란. 정말이지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마음이 부자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 선물꾸러미에 떨어져 기뻐하는 아이들 ⓒ2004 워너브라더스 이 영화는 순수와 믿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의심 많았던 꼬마 주인공이 결국은 산타의 존재를 믿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오버하고 과장된 상상으로 순수로 돌아갈 것을, 믿음을 강요한다.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연상케 하는 산타 캐릭터가 나와 저음으로 "trust me"를 외칠 때는 폭소가 터진다.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그 기차에 올라타겠다고 결심하는 거지!"믿음은 자기 마음 속 의지의 문제다. 믿음이 있다면 <폴라 익스프레스>가 보여주는 세상이 아름답고 흥미롭겠지만 믿음이 없다면 그저 그런 유치한 상상력의 세계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서 시작해 어른들에게는 "believe(믿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마음을 추스르게 하는 영화다. 믿음을 갖고 영화를 즐기면 마음이 부자가 될 것이다.

산타를 믿건 말건 폴라 익스프레스를 탔다면 맘껏 그것을 즐겨라. 조용히 탄성을 질러도 좋다. 약간 과장되게 "오오" "우우" 소리내며 영화를 즐겨도 좋다. 그러면 한결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정말 산타가 있는 거 아니야, 하고 의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조금 과장되더라도 연말에,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영화가 어울린다. 흰눈이 화면 가득 날리고 여기저기 알전구들이 색색이 불을 밝힌다. 집집마다 창가에 들어선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선물 꾸러미들. 이제서야 겨울 느낌이, 크리스마스 느낌이 도는 것 같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아름답고 뛰어난 상상력의 세상에서 모처럼 즐거워지는 겨울 영화다./서은희 기자<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12월 23일 개봉-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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