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젊음 바로 우리들 춤

2003. 10. 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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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맹준호 기자] 불량한 춤이라구요? 브레이크댄스로 대학 입학유학생 회사원도 배우죠 "우리 "양아치"아니라니까요." 그랬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에서 25일(현지시간) 열린 "배틀오브더이어 2003" 비보이 경연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갬블러" 멤버인 오세빈(21)과 박지훈(19)에게서 불량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동아방송대 방송연예과 동기생인 이들. 남들보다 조금 더 요란한 파마머리를 했을 뿐 보통 아이들과 다른 것도 없다. 이들이 속한 팀 "갬블러" 멤버 10명 중 5명이 대학생. 멤버 중엔 고등학교를 자퇴한 친구도 있지만 모두 순박한 아이들이다.

하지만 머리를 땅에 박고 몸을 뱅뱅 돌리며,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서 점프를 하는 이들의 춤을 기성세대가 곱게 봐줄 리 없다. 이미 한국 비보이들의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어른들에게 브레이크 댄스는 그저 "불량한 아이들의 놀이"일 뿐이다. 왜 이들은 "등짝"으로 지하철역 바닥을 닦다시피하며 춤을 배우게 됐을까. "중학교 때 학원에서 친구가 가위차기(한 손으로 땅을 짚고 두 다리를 쭉 펴는 동작)를 하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처음엔 그거 하나만 배우려고 했는데…. 춤도 힘들어요. 하지만 한번 알면 미쳐요."(지훈) "중학교 3학년까지는 축구선수였는데요, 어느날 갑자기 춤이 보였어요. 다른 이유 없어요."(세빈) 세빈이는 고향이 독일이다. 축구인인 아버지가 독일에 연수를 가게 돼 독일서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까지 보쿰지방에서 살았다. 10여 년 만에 다시 밟은 독일 땅. 축구선수로 독일에 다시 오는 게 어린 시절 꿈이었지만 춤을 추게 된 뒤로는 세계 최대의 비보이 대회인 이번 행사에 꼭 출전하고 싶었다.

세빈이와 지훈이는 춤으로 대학을 갔다. 입시 실기시험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췄고, 대학은 이들의 춤을 인정했다. "입시 면접장에 춤추면서 들어가서 춤추면서 나왔는데도 교수님들이 좋아했다"는 세빈이의 말. 세상이 많이 바뀐 셈이다.

현재 브레이크 댄스는 춤의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고, 비보이 경연대회는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다. 브레이크 댄스를 배우려는 열기도 뜨겁다. 이제 더 이상 "강북애들"이나 하는 춤이 아니다.

"강북이요? 댄스 스튜디오에서 제게 춤 배우는 꼬마들은 압구정동 애들이에요. 성인들은 유학갔다 온 사람들도 많고요, 엘리트 회사원도 있어요. 명문대 학생들도 춤 배우느라 난리예요."(세빈) "행실이 불량한 애들이 춤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춤에 빠진 뒤로 순화되는 경우가 많아요. 잘 추는 애들 중에는 절대로 불량배가 없어요."(지훈) 비보이들은 공연수입과 강사수입 등으로 돈을 벌지만 직업으로 삼을 만한 수준은 못된다. 게다가 동작이 워낙 격렬해 나이가 들면 춤을 출 수 없다.

"군대를 다녀오면 비보이의 전성기는 끝났다고 봐야죠. 기복이 심한 장르 거든요. 대회는 절대 못나가요."(지훈) 세빈이와 지훈도 평생을 비보이로 살 수는 없다. 이들의 꿈은 뭘까. 가끔 뮤지컬 무대에도 서는 세빈이는 방송이나 공연 쪽 일을, 지훈이는 행사기획자를 꿈꾸고 있다.

모두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열심히 췄던 춤. 비보이들은 그 춤을 통해 각자의 꿈을 펼치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독일)=맹준호 기자 next@dailysports.co.kr hr ◆비보이란 비보이(B-Boy)는 "브레이킹 보이"(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남자)를 뜻한다. 브레이크 댄스는 힙합 댄스 중 가장 격렬한 장르의 춤. 1970~80년대 힙합문화가 발생하면서 태어났다. 힙합은 일반적으로 비보이, DJ, MC(래퍼), 그래피티(스프레이 마커 벽화) 등 4대 요소로 구성된다. 비보이들의 춤은 크게 몸을 돌리는 파워무브와 리듬을 타며 개성을 표현하는 스타일무브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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