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포스터" 반전을 동반한 비운의 SF대작

노정규 2002. 10. 1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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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급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확인하기가 불투명하다. 자기의 존재에 대한 의문, 바로 영화 "임포스터"는 실존주의에 대한 냉철한 통찰에서부터 시작한다.

영화 "임포스터"는 SF소설가 필립K.딕의 1952년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소설가 필립K.딕은 1928년 1월 1일 시카고출생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보냈다.

그의 원작을 기초로 해서 제작한 작품은 1982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1989년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의 "토탈리콜", 1995년 "로보캅"에서 열연했던 피터웰러 주연의 "스크리머스", 그리고 최근 2002년도 여름극장가를 달아오르게 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크루즈의 합 작품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것이다.

대체로 열거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필립K.딕의 작품세계와 그의 인지도가 SF영화에 있어서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는 알 수 있다.

2079년, 지구는 외계인과 혈전 중이다. 정부소속 과학자 스펜서 올햄은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 스파이라는 혐의를 받게 된다. 스펜서 올햄은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해 자기의 정체성을 증명하려고 하는 과정이 기둥줄거리이다.

줄거리 자체로만 보면 예전에도 다루었던 다른 SF물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SF에서는 보기 드물게 반전이 관객들로 하여금 놀라울 정도로 충격을 던져준다. 그 반전 또한 "식스센스"나 "디아더스"에서 느꼈던 기존의 스릴러 영화의 기본적인 반전공식을 뛰어넘는다.

쉽게 말하자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라고나 할까! 분명 이 영화는 결말구조에서 나타나는 상식 밖의 반전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블레이드 러너"에서부터 "마이너리티 리포트"까지 보여주었던 침울하고 냉담한 미래상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예상치 못하는 운명에 대해 진실을 밝히려고 하나 혼돈의 미로 속으로 자꾸만 빠져 들어간다. 그 속에서 과학기술과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또 이 시대는 외계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지구의 대부분이 둥근 천장모양의 전자기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위태로운 지구, 어쩌면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자기보호의 안주 속에서 파멸되어 가는 현재 지구의 모습을 냉철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것은 확대되어 세밀히 들어가 보면 궁극적으로 개개인의 파멸을 예고한다.

인간의 인체 내부에 각각의 임플란트를 이식한다. 이 임플란트는 의식주의 모든 생활에서 통과할 수 있는 지금의 바코드와 같은 인식체계이다. 이를 "임포스터"라는 용어로 쓰이게 되는데 편리한 기능 외에 "조지오웰" 스타일의 감시체계가 드러나 있다.

자동면도기와 세차장처럼 편리한 도구의 이용은 그만큼의 통제가 따른다. 현재도 만들어지고 있는 지문인식 열쇠가 여기서도 "비디오폰"이나 "하이테크 스캐너"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렇게 현대사회 속에서 조직화되어 있고, 산업 자동화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보면, 미래가 몰 인간화되어 가는 것을 느끼게 한다.

주인공 스펜서 올햄을 맡은 게리시니즈는 우리에게 낯이 익은 얼굴이다. 미국에서는 잘 알려진 배우이긴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름보다는 얼굴이 더 알려진 배우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댄 대위 역을, 그밖에 "아폴로13호", "랜섬", "스네이크 아이", "미션 투 마스", "그린 마일"등에 출연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에 출연 중이며 드라마에도 출연하여 에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임포스터"에서는 곤경에 처한 도망자 역을 충분히 소화해 내고 있다.

주인공 스펜서 올햄의 부인 마야 역을 맡은 매들린 스토우도 우리에게는 친숙한 배우다. 최근 개봉한 "위 워 솔저스"에서 맬깁슨의 부인 역을 맡았으며, "라스트 모히칸"에서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함께 연기를 했다. 그 외에도 "12몽키스"와 "장군의 딸"에도 출연했으며, "숏컷"에서는 전미 비평가 협회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마야역은 SF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사랑이라는 요소를 영화 속에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견인차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스펜서 올햄의 최대의 적이자 범인을 잡으려는 정보원 헤더웨이 역할에 빈센트 도노프리오는 "맨인블랙"에서 악당으로 출연하여, 우리에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밖에도 "더 셀"이나 "13층", "필링미네소타", "JFK", "다잉영", "풀메탈자켓"에서도 우리에게 눈 도장을 확실히 찍어둔 배우다. 이번 헤더웨이역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알맞은 배역이며 너무나도 끈질긴 정보원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앤드가르시아 주연의 "덴버", 모건프리먼과 애슬리쥬드 주연의 "키스 더 걸",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돈 세이 워드"를 연출한 감독 게리 플레더의 연출력과 "굿모닝 베트남", "죽은 시인의 사회",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를 제작한 마티카츠, "머더1600", "유니버셜 솔저"의 미술을 맡았던 넬슨 코우츠, 매그놀리아, "부기나이트", "007네버다이", "8미리" 등의 촬영감독 로버트 엘스위트의 조우는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심판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9월 초 기자시사회를 한 뒤 소리 소문도 없이 압구정동에 위치한 씨네플러스 극장에서 개봉을 한 후 4일정도 상영을 한 뒤 간판을 내렸다는 것이다. 필자도 이 사실을 타 극장 게시판을 통해 나중에나 알게 됐다. 이러한 사건은 올해만 해도 여러 번 있었다.

"우렁각시", "텍사스 레인저", "둘 하나 섹스", "낙타들", "파이", "제이 앤 사일런트 밥" 등이 단일개봉관에 잠깐 올랐다가 간판을 내린 작품들이다. 많은 관객들은 뒤늦게 정보를 안 뒤 개봉관을 찾아갔다가 발걸음을 뒤로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좋은 영화든 그렇지 않은 영화든 관객들에게 그 심판의 잣대를 넘겨줄 수 있는 기회는 분명 필요하다.

영화 "임포스터"는 그러한 면에서 불운의 SF대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비디오로 출시되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흥행성 있는 영화, 막대한 자본의 배급사와 투자사의 배급망 확대, 인지도만이 다수의 극장을 확보하고 관객몰이에 나선다면 결코 소수의 저예산 영화나 작품성 있는 독립영화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작별"이라는 영화가 아직도 단일개봉관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한 가닥의 실날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영화"임포스터"가 극장에서 못 푼 한을 비디오에서나마 그 명성을 되찾았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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