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승리 소속사 YG, 새벽에 '파쇄차' 불러 박스 수십개 보냈다

박소정 기자 입력 2019. 2. 28. 11:51 수정 2019. 2. 2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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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서류와 물품 2t 차에 실어 파쇄공장으로
업체 "문서, 스마트폰, 컴퓨터도 파쇄 가능"
YG "정기적인 문서파쇄 작업"

"여기 YG 사옥 맞아요?"
28일 새벽 6시 35분쯤 기록물 파쇄 서비스 업체 호송차량 기사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입구에서 목적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초행(初行)이라고 했다. YG는 가수 양현석이 대주주인 연예기획사로 빅뱅, 투애니원, 블랙핑크 등 가수와 연기자 등이 소속돼있다.

YG 사옥으로 업체의 2t·1t 차량 2대가 들어갔다. 약 두 시간에 걸쳐 박스와 트렁크 등 수십 개가 차량에 실렸다. 업체는 이들 물품을 싣고 경기 고양시로 떠났다. 고양시에는 서류, 컴퓨터 등을 전문적으로 파쇄하는 공장이 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인 승리는 27일 밤 9시 경찰에 자진출석해 마약투약 및 유통, 성상납 시도 의혹 등의 논란과 관련해 밤샘 조사를 받고 28일 새벽 집으로 돌아갔다. 그 직후 YG 건물에 파쇄 업체 차량이 와서 다량의 물품을 싣고 나간 것이다.


◇서류·종이 쓰레기·폐가전제품 등 1시간 50분 작업
작업이 진행될 동안, YG에서는 직원이 5명이 나와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기자가 현장을 취재하자, 직원은 "여기 사진 찍으면 안 된다"고 했다.

오전 6시 57분 파쇄업체 직원 4명이 사옥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이들은 별관 쪽에 2t짜리 차량을 대고 박스 수십 개를 옮겼다. 한 시간이 지난 오전 7시 55분쯤 2t 차량이 본관 쪽으로 바짝 차를 댔다.

차량 구도가 바뀐 탓에 바깥에서 어떤 짐을 옮기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후 본관에서부터 짐을 옮기는 작업은 약 50분 동안 더 이어졌다. 짐을 차량에 던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28일 새벽 6시 35분 쯤 기록물 파쇄 서비스업체 호송차량 2대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 사옥 앞에 도착했다. /박소정 기자



28일 오전 6시 57분 쯤 기록물 파쇄 서비스 업체의 2t 짜리 호송 차량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 사옥에 들어가 직원들이 박스와 트렁크 등 수십개 물품을 싣고 있다. /박소정 기자

파쇄업체가 작업을 시작한 지 약 1시간 50분 만인 오전 8시 43분 차량 두 대가 모두 떠났다. 기자가 떠나는 파쇄업체 직원에게 ‘작업을 다 마치고 돌아가는 것인지’ 묻자 "조금 있다가 오라고 한다"고 했다. 관계자 중 한 사람은 "박스, 종이가방, 캐리어 등이 있었는데 무게로 보아 컴퓨터 같은 가전제품도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새벽 파쇄’는 특별한 요청이 있는 경우 진행된다. 파쇄 업체 관계자는 "파쇄 작업은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시작한다"며 "의뢰업체가 원하면 새벽에도 나가지만, 추가 수당이 붙어 대부분 기업들이 꺼려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연예기획사처럼 기자나 사람들에 눈에 띄는 기업의 경우, 새벽에 주로 작업을 한다"며 "문서 뿐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모든 것을 파쇄할 수 있다"고 했다.

YG 측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매월 혹은 매분기별로 실시하는 정기적인 문서 파쇄 작업이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빅뱅 승리(왼쪽),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오른쪽) /조선DB

◇경찰, "버닝썬과 관계없는데 무슨 상관…"
경찰은 이번에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측은 28일 오전 "YG에서 문서 파쇄를 하는 걸 어떻게 알겠냐"며 "(설령 알았다해도) 버닝썬 사건과 YG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서 파쇄 작업을 막을 명분은 없다"고 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17일부터 버닝썬이 기습 철거에 들어간 것을 인지하지 못해 "증거인멸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다음날인 18일 조선닷컴의 취재로 클럽에서 철거가 시작된 것을 인지한 직후 "경찰이 철거를 막을 명분이 없다"고 했다가 이후 현장 보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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